▲ 산업부 최주영 기자.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최근 KISO(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발표한 ‘네이버 노출제외 검색어에 대한 검증보고서’는 대기업 회장에 대한 선입견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다시한번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6일 언론들은 ‘네이버, 최태원 회장 연관검색어 임의로 삭제’, ‘최태원 사라진 재벌 연관검색어…왜’란 제목들을 제하로 앞다퉈 기사를 보도했다. 잠시 후 ‘최태원-OOO’, ‘최태원-OOO-동아대’, ‘최태원 세컨드-동아대-OOO’ 등 낯뜨거운 단어들이 기사 본문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최태원 회장 등 재벌 연관검색어를 임의로(또는 공식 절차 없이) 삭제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네티즌의 비난이 쏟아지던 참이었다. 

이 제목을 접한 독자 대부분은 OOO을 ‘내연녀’ 또는 동거녀의 실명 이름일 것으로 추측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SK와 최태원 회장에 대해 “검색어 삭제 등에서 네이버에게 특혜를 받았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다음날 문제의 연관 검색어에 나온 OOO이 일반인 ‘최OO’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결국 일반인 ‘최OO’와 학교명 ‘동아대’ 등의 개인정보가 최태원 회장과 함께 연관 검색어로 노출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KISO측도 보고서와 관련 “최태원-최OO 등의 연관 검색어는 유명인 입장에서의 명예훼손 가능성, 그리고 일반인 입장에서의 개인정보 노출이 중첩된 특이한 사례였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개인정보 노출에 해당하는 검색어를 삭제하는 조치의 타당성에 동의하는 만큼 네이버의 조치가 ‘근거가 없다’거나 ‘임의로 삭제했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KISO는 연관검색어 삭제 사유를 ‘개인정보 노출’로 분류하지 않고 ‘명예훼손’으로 분류했다는 등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삭제할 사유는 충분하지만 삭제 사유 기록 등의 측면에서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결국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보도와 각종 의혹이 거듭돼 애꿎은 최태원 회장만 피해자로 전락한 꼴이 됐다. 

최 회장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려는 노력 보다는 "당연히 네이버가 (대기업 회장에) 특혜를 줬겠지..."라고 연상케하는 이른바 ‘낙인효과’가 작용해 재벌 총수를 겨냥하도록 만들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기업인들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받는 특혜도 없어야 하겠지만 재벌이라는 이유에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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