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전망 물음표…경쟁력 제고 정책 절실한 상황
정부‧기업‧학계‧연구기관 합심 ‘총력전’ 필요한 상황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인공지능(AI)·로봇·빅데이터 등의 신산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기술 경쟁력을 쌓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냉혹하다. 정부와의 엇박자가 지속되고 있어 기업들의 경쟁력에는 좀처럼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미래가 더 암울하다는 비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우리의 현실과 기업들의 성장 엔진 재점화를 위한 과제들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우리 수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에 대한 경고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추격’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는 미국의 관세 장벽이 현실화 될 경우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AI와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에서 창출될 부가가치가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재편할 것으로 전문가들과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 현대∙기아자동차가 제네시스 G70에 제공되는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테스트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이 경쟁국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은 미국‧일본‧중국에 비해 현재는 물론 5년 후에도 비교 열위에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경제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이 제시한 4차 산업혁명 12가지 분야(바이오‧사물인터넷‧우주기술‧3D프린팅‧드론‧블록체인‧신재생에너지‧첨단소재‧로봇‧인공지능‧증강현실‧컴퓨팅기술)에서 현재 우리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중국 108, 일본 117, 미국 130으로 나타났다. 5년 후에도 중국 113, 일본 113, 미국 123로 일본과 미국에 대한 기술격차는 줄어들지만 비교 열위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준비에 대해 투자불확실성과 전문 인력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향후 발전 과제로는 산업간 융합·협업 활성화와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에서는 정부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입장이다. 규제프리존과 규제샌드박스 등의 정책적 지원은 물론, 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북이슈가 현 정부의 최우선순위에 있지만 4차 산업혁명 경쟁력 확보 전략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 기업들이 생각이다.

아울러 기업들 사이에서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정부의 규제 개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정부부처의 규제 개혁 노력을 탐탁치 않아 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28일 규제혁신점검회의를 갑작스레 취소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개혁 성과가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 모델들이 ‘씽큐 허브’ 등 LG전자의 인공지능 제품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이 같은 우려는 관련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부분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말만 앞세울 뿐 엉킨 문제의 실타래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피부로 와 닿는 것은 거의 없는 현실로 앞으로가 문제다. 정책과 비전 수립이 시급한 상황”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기업‧학계‧연구기관의 시너지 강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힘으로만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균형감 있는 장‧단기 계획 수립과 4차 산업혁명에서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현상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4차 산업에 ‘혁명’이라는 단어가 붙은 의미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트렌드라면 굳이 혁명이라는 키워드를 붙일 필요가 없다”며 “혁명은 국가가 갖고 있는 자원을 동원해 총력 대응한다는 의미다. 경쟁국 역시 혁명이라며 달려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는 국가 총력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 학계, 연구기관이 힙을 합쳐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을 연구기술개발과 규제개혁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넓게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현상과 문제 등을 통해서도 신상품과 신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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