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일본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아시아 팀들 가운데 유일하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이 독일전 기적의 승리에도 16강 탈락해 우리로서는 배가 좀 아프지만 어쨌든 축하해줄 일이다. 그런데 선뜻 박수를 쳐줄 수가 없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이 보여준 어이없는 행태 때문이다.

일본은 29일 새벽(한국시간) 끝난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폴란드에 0-1로 졌다. 같은 시각 열린 경기서 세네갈도 콜롬비아에 0-1로 졌다.

   
▲ 일본이 폴란드에 0-1로 지고도 16강에 올랐다. /사진=FIFA 홈페이지 캡처


전반을 0-0으로 마친 일본은 후반 14분 폴란드에게 골을 내줬다. 그리고 세네갈도 후반 29분 콜롬비에에 실점했다. 일본과 세네갈이 나란히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

이같은 상황 그대로 일본과 세네갈의 경기가 끝나면 일본은 세네갈을 제치고 16강에 갈 수 있었다. 일본과 세네갈은 승점과 골득실, 다득점, 상대팀간 전적이나 다득점이 모두 똑 같았다. 순위를 가리기 위해 그 다음으로 따지는 것이 '페어플레이 점수'였다. 

페어플레이 점수는 경고(옐로카드)나 퇴장(레드카드)을 받을 때마다 벌점을 매기는 것이다. 일본은 이날 폴란드전까지 옐로카드만 4장 받아 벌점 -4였고, 세네갈은 옐로카드 6장으로 벌점 -6인 상황이었다.

경기 종료가 다가오자 일본은 놀라운 플레이를 보여줬다. 공격을 전혀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뛰지도 않았다. 공을 잡으면 선 채로 인근 동료에게 패스했다. 그대로 시간만 보내면 16강이라는 '작전'이었다.

폴란드도 이에 동조했다. 쫓아가 공을 뺏으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이미 2연속 패배로 16강 탈락이 확정됐고, 일본전에서는 한 골 넣어뒀으니 승리도 눈앞에 둔 폴란드다.

두 팀의 한심한 모습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달라질 것은 없었고, 그렇게 10분 가까운 코미디 같은 장면이 펼쳐지다가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일본은 페어플레이가 실종된 모습을 보이고도 페어플레이 점수에 의해 16강 티켓을 손에 넣는 아이러니한 장면을 연출했다. 

   
▲ 폴란드전을 지휘하고 있는 니시노 아키라 일본대표팀 감독. /사진=FIFA 홈페이지 캡처


경기 후 이런 일본의 플레이에 비판적인 시각이 쏟아지자 니시노 아키라 일보대표팀 감독은 "16강에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전략이었다"며 자신의 지시로 선수들이 시간끌기를 했다고 인정했다.  

아시아를 대표해 16강에 오른 일본이, 월드컵 무대에서 동네 내기축구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준 데 대해 해외 언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BBC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대표팀의 마이클 오닐 감독은 "일본이 형편없는 경기를 했다. 다른 팀 경기 결과에 운명을 맡긴다는게 믿을 수 없다. 일본은 16강에 올라가 좋겠지만, 다음 라운드에서 졌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BBC의 또 다른 해설위원인 전 아일랜드 대표 출신 마크 로렌슨은 일본 경기를 "광대놀이 같았다"고 표현하면서 "월드컵에서 순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국내 축구팬들 역시 일본의 페어플레이 실종에 혀를 찼다. 페어플레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페어플레이 점수' 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으며, 카드 수보다는 차라리 유효슈팅 수로 순위를 가리는 것이 좋겠다는 대안을 제시한 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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