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대한 기준' 고의적 병역기피 어떻게 차단하나가 핵심…대면심사·심사관찰기간 검토할듯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대체복무 내용이 담겨있지 않은 현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8일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리면서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체복무제 도입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어떻게 가려내고 고의적인 병역기피를 차단해 공정성과 형평성을 갖추느냐다.

논란이 많았던 사안이라 이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의견은 갈렸다.

이번 결정에서 이진성 헌재소장을 비롯해 강일원·김이수·서기석·유남석·이선애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 수는 병역 자원의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창종·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은 "양심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어서 판단하기 어렵고 양심을 빙자한 병역 거부자가 급증할 수 있다"면서 반대 의견을 냈다.

7년전 이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재는 "종교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안보 상황, 병력자원 손실, 양심에 대한 심사의 곤란성 등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체복무제가 군복무를 회피하기 위해 악용되는 일을 차단하기 위해, 이를 도입한 40여개국 대부분은 현역 군복무 기간보다 긴 대체복무 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또한 별도의 기구를 두고 양심적인 병역거부인지 심사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대체복무 지원자로부터 사유서와 계획서를 받은 후 국방부 산하 위원회 면담을 거쳐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 여부를 결정하고, 그리스에서는 대학교수와 정신과 의사 등으로 구성된 국방부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체복무 형태는 각국에서 우체국 같은 공공기관, 병원 등 사회복지 분야나 교통, 경비, 소방 등 재난구호 시설에서 근무하는 방식이 많다.

별도심사기구를 따로 두겠다는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 3건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국방부는 대체복무기간을 길게 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업무 난도 높은 곳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체복무에 대한 심사기구를 국무총리실이나 국방부 산하에 두고 현역 군복무 기간의 1.5~2배까지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이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종교적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 기간이 입대병사 근무기간보다 길게 하고 업무 강도도 되도록 높게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국방부는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 기간을 입대 장병의 2배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일각에서는 병역거부 당사자와 증인을 함께 면담하는 집중 대면심사와 1년 이상의 관찰기간을 둬서 양심적 병역거부 심사를 면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창호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이번 '헌법불일치' 결정 보충의견에서 "전시에 참혹한 현상을 보고 갑자기 생긴 '병역거부의 양심'에 대한 심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2013~2017년간 우리나라에서 입영 및 집총 거부를 한 사람은 2699명이었는데 이중 종교적 이유 거부자는 2684명, 개인적 신념에 따른 거부자는 15명이었다.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을 일부에서 '특혜'로 여기는 한국사회에서 대체복무를 판가름 짓는 양심이 무엇인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국방부가 어떠한 객관적인 심사 절차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 양심 혹은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군복무 의무를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8일 대체복무가 담겨있지 않은 현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7년만에 열린 4번째 헌법소원 심판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등에 대해 헌재 재판관 6 대 3(각하)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