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부분이 있다. 바로 파울 개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가 모두 끝났다. 16강이 가려졌고, 탈락한 팀들은 짐을 싸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은 F조에서 1승 2패(승점 3점)를 기록하며 조 3위로 목표로 했던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16강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한국이다. 반드시 잡겠다던 첫 경기 스웨덴전에서 0-1로 패하며 첫 스텝부터 꼬인 한국은 멕시코에도 1-2로 졌다.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마지막 독일전에서 놀라운 투혼을 보이며 2-0으로 이겼다. 조별리그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이 상대한 스웨덴, 멕시코, 독일, 어느 한 팀 만만한 상대는 없었다. 힘든 싸움을 벌이느라 그랬을까. 대회 참가 32개국 가운데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면서 가장 많은 파울을 범한 팀이 바로 한국이었다.

한국은 총 63개의 파울로 최다를 기록했다. 스웨덴전에서 23개, 멕시코전 24개, 독일전 16개의 파울 선언을 받았다. 모로코가 62개로 한국보다 1개 적은 최다 2위의 파울을 범했다. 일본이 28개로 가장 적었다. 한국의 파울 수는 일본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한국은 옐로카드도 많이 받았다. 10개(스웨덴전 2개, 멕시코와 독일전 4개씩)나 됐다. 파나마의 11개의 뒤를 잇는, 옐로카드 최다 2위다.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한 경우도 한국이 2번이나 돼 덴마크 이집트 나이지리아 파나마 등과 공동 1위였다.

그럼 한국은 거칠고 더티한 경기를 했는가.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한국대표팀은 강팀들을 상대하느라 파울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다.

스웨덴전은 너무 수세적으로 나서다 보니 파울이 많은 경기를 했다. 한국이 가장 졸전을 펼친 경기였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멕시코전은 스웨덴전과 비슷한 파울을 범했지만 달랐다. 1차전에서 멕시코가 빠른 공격을 앞세워 독일을 1-0으로 꺾는 것을 보고, 우리가 스웨덴전에서 0-1로 진 후에 만난 멕시코였다. 한국 선수들은 어떻게든 멕시코의 빠른 공격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과감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맞부딪혔다. 멕시코전 파울은 전략의 일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운이 따르지 않고 실력이 부족해 1-2로 지긴 했지만 선전한 경기였다. 독일전은 2-0 승리 결과가 말해주듯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최고의 경기를 펼쳤으나 역시 한국의 파울은 많은 편이었다.

심판도 매 경기 한국 선수들에게는 이상하게도 엄격했다(또는 그렇게 보였다). 같이 몸싸움을 해도 한국 쪽에 파울 부는 경우가 많았고, 비슷한 상황에서 한국에는 파울 선언을 하고 상대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꽤 눈에 띄었다.

최다 파울은 분명 '불명예' 기록이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은 최다 파울을 치열하게 싸운 흔적이자 투지의  '훈장'으로 여겨도 좋을 듯하다. 물론 다음 월드컵에는 파울을 적게 하면서도 이길 수 있는, 달라진 한국대표팀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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