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6·13 지방선거로 나타난 민심은 가혹했다. 자유한국당은 총 17곳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패했다. 보수의 본산(本山)이라 일컬어지는 경북 구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이변'이라 칭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민심의 지표는 보수정당과 이반되는 양상을 꾸준히 보여왔다. 진보정당이 전 연령층과 지역, 계층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던 것과는 달리 보수정당은 특정 지지층을 제외한 대다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아온 게 현실이다. 

이는 '여소야대' 국면이 조성된 20대 총선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다. 20대 총선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젊은층·전략지역·중도층' 공략에 실패한 것이 당시 새누리당의 패착으로 꼽힌다.

문화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16년 4월 16일 실시한 사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10~40대 유권자 비율은 과반에 가까웠다. 50대에서도 37.2%의 지지세를 보였다. 반면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비율은 60세 이상(63.1%)과 50대(32.6%)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20%를 조금 넘거나 10% 초반대를 기록했다. 심지어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11.4%에 불과했다.

인구의 절반 가량이 몰린 서울과 경기 등에서도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은 고개를 돌렸다. 서울에 거주하는 유권자 가운데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응답한 사람은 28.4%였다. 인천·경기 역시 26.9%에 불과했다. 민주당(서울 45.5%·인천·경기 49.6%)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뿐만 아니라 전국을 놓고 봤을때 새누리당의 지지율 편차는 민주당보다 큰 폭으로 나타났다. 즉, 새누리당은 일부 지역으로부터의 지지율을 기반으로만 선거를 치렀다는 얘기다. 14개 시도에서 새누리당에게 표를 줬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최소 11.1%(광주·전라)에서 최대 49%(대구·경북)였다. 민주당이 22%(대구·경북)~49.6%(인천·경기)를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민주당과 비교해 새누리당을 향한 중도층의 지지세도 적었다. 새누리당 후보를 택했다고 답한 중도층 유권자의 비율은 20.5%에 불과했다. 48.2%의 지지율을 기록한 민주당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보수를 떠난 민심은 19대 대선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빚은 논란과 이에 따른 탄핵국면은 보수정당에 대한 민심의 심판을 보여줬다.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은 TK와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밀렸다.

20대 총선에서부터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보수의 몰락'은 19대 대선에서 뚜렷해졌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선거 판세는 이번 지선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국당이 구미를 사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특히 젊은층으로부터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 한국당의 패인으로 분석된다.

TBC·매일신문의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6월 2일과 3일 실시한 실시한 여론조사에 장세용 민주당 후보는 60세 이상(9.6%)과 50대(23.9%)를 제외한 전 연령에게서 3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양호 한국당 후보는 60세 이상과 50대에서 각각 44.5%, 31.6%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19세~29세에서는 14.6%, 30대에서는 7.8%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40대에서도 26.4%만이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결과적으로 구미시장 자리는 민주당의 장 후보에게 돌아갔다. 악화일로를 걷는 구미의 경제상황이 주요 경제주체이자 유권자인 젊은층의 표심에 영향을 줬다는 게 이번 선거를 지켜본 지역정가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당이 당면한 현 상황은 2020년 총선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다수 젊은층은 보수를 지향하는 정당에게서 눈을 돌린지 오래다. 지선 결과를 놓고 보면 TK를 제외한 부·울·경 민심마저 사수하지 못한 한국당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선에서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 전반이 고전한 것은 남북 해빙무드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면서도 "야권은 국민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젊은층으로부터의 지지율이 당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야권의 각성이 필요하다"고도 충고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젊은층을 비롯한 전반적인 연령, 지역, 계층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을 방법을 찾기란 묘연해 보인다. 지선 이후 당 재건에 힘써야 할 한국당 내부는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뉘어 지리멸렬한 계파싸움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으로 추락했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한국당이 향후 전국적인 지지세를 회복하기 위해선 당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고 보다 진정성 있는 보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지난 6월 15일 자유한국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갖고 6·13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심에 사죄의 무릎을 꿇었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