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주식시장 작전세력을 엄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시장의 작전세력은 이를 피해서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바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는 것인데 기업의 인수합병(M&A) 소식을 미리 알아채고 주식을 매집한 뒤 나중에 주가가 급등하면 파는 방식이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이를 엄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등 몇가지 인수합병(M&A) 사례에서 미공개 정보이용 의심사례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철저히 조사해 혐의가 있음을 밝히려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다음 카카오 CJ E&M 등 미공개 정보 이용 의심사례 속출

가장 최근 미공개 정보가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다.

   
 
다음은 지난달 26일 핵심사업 강화와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카카오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대량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합병이다. 두 회사는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로 출범한다.

문제는 다음의 주가가 그 전 주부터 출렁했다는 것이다. 마치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한 주 전인 지난달 19일부터 8.77%나 급등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다. 지난달 23일 LG는 이사회를 거쳐 실리콘웍스의 최대주주인 코멧네트워크가 보유한 지분 16.52%와 LG디스플레이가 지닌 지분 2.89%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LG는 향후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거쳐 실리콘웍스 지분 20%를 실매입한 후 계열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그런데 실리콘 웍스의 주가는 이미 지난 3월말부터 급등세를 탔다. 당시 증권가에는 실리콘웍스가 LG에 인수된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이에 실리콘 웍스는 두달 여만에 28% 가까이 급등했다.

젬백스의 삼성제약 인수도 마찬가지다. 지난 22일 장 시작 전에 삼성제약 인수를 공시했지만 젬백스의 주가는 공시 전날인 21일 7.95% 급등했다. 이날 거래량은 121만여주로 평상시의 두세배에 달했다.

삼성제약은 공시 전부터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가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평소 100만주도 안되던 거래량이 21일에는 575만여주로 급증했다. 정보가 미리 세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정보가 곧 '돈'...금감원,거래소 모니터링 활동 강화

증권가에서 정보가 미리 유출되면 피해자가 생긴다. 주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상장사들이 정보를 주고 받는 가운데 이들이 해당 종목에 치고 빠지면 가운데서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CJE&M은 3분기 실적을 사전에 기관에 알려줬다는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제제를 받았다. CJ E&M은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치 못할 것이라는 정보를 기관투자자에게 미리 제공했고 기관투자자들은 미리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사이 주가는 9,45% 급락해 영문도 모른 채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봤다.

   
▲ 서울 종로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들이 넋을 잃고 있다/뉴시스

이처럼 미공개 정보 유출 문제는 증권가의 고질적인 문제다.

이에 금융당국은 모니터링 등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다음 주가와 거래량과 관련해 미공개 정보가 이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혐의가 있으면 대량거래계좌 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조사의 핵심은 합병에 대한 의사 결정 시기와 정보공개 전 다량매매한 매수자들의 관계다. 

주식시장에서 정보는 곧 돈이다. 주식시장이 개미지옥으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정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장사와 기관투자자, 외국인 간의 정보 귀뜸으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공정 거래이기 떄문에 반드시 근절되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형 자본시장일수록 상장사와 개인투자자, 외국인간의 정보 밀월은 엄중히 처벌한다"며 "주식시장이 개미지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