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공익법인 총수 사익편취에 쓰이고 있다"고 주장
사회공헌 위해 만들어진 공익법인…범죄 집단으로 몰아선 안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대기업의 공익법인에 칼날을 겨눴다. 대기업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기부 받아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시킬 방침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이 공익법인을 만들어 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행위를 의심과 질시의 눈초리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위의 이 같은 발표는 기업의 공익법인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한 도구로 규정한 것이어서 기업의 사회공헌이 위축될 뿐 아니라 '반기업정서'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일 대기업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기부 받아 세금 혜택을 받고, 이후 의결권을 행사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강화를 하고 있다며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이는 일부 대기업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화대와 경영권 승계, 부당한 내부 거래에 활용되고 있다는 김상조 위원장의 '의심'에서 비롯된 규제로 보인다.

현행법은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 총 주식의 5%까지 보유하는 것을 '기부'로 보고 상속세나 증여세 등 세금을 면제해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비과세 혜택'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열사 주식이 공익법인에 기부되면 세금이 면제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총수의 지배력 유지를 강화시킨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의심'은 반기업정서만 키울 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업이 돈을 벌어 공익법인을 만들고, 기부한 주식만큼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엄연히 '합법'인데 이를 비판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이 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일정부분 기여하는 것은 규제받을 일이 아닌 칭찬받을 일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5%지만 미국의 경우 공익법인이 특정기업 주식의 20%까지 보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빌게이츠가 만든 재단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고, 록펠러 재단, 카네기재단도 다 주식을 통해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아예 규제가 없어 100% 보유도 가능하다"며 "다른 나라에서 다 허용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재벌이라는 이유로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업이 돈을 벌어 공익법인을 만들고 사회에 기여하면 이에 대해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하는데 되레 의심과 질시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돈 버는 것에만 치중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기여를 하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이 '공익법인'"이라며 "기업이 사회 기여, 봉사 차원에서 운영하는 공익법인을 편법, 상속 등으로 매도하는 것은 반기업정서만 부추길 뿐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등 대규모 기부가 가능한 곳에서 나서지 않으면 복지의 부담이 정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예컨대 '구세군'이 없으면 정부가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하는데, 그 구세군 역할을 하는 기업의 공익법인을 편법집단으로 몰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회공헌을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한 도구라고 지적을 받으니 억울한 것이 사실"이라며 "공정위 등 정부부처가 기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규제가 반기업정서를 부추기고, 기업의 공익사업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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