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기금운용위' 개최…'연금 사회주의' 우려도 지적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민연금이 이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기업 경영권에 대한 논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가치 제고와 배당 확대 등은 기대되는 부분이지만 국민연금의 시장 장악력이 경영권 자율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커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도 많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이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위한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과 세부 지침인 '주주권행사 지침' 등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연금의 주인인 국민 등의 이익 제고를 위해 주주활동에 책임성을 부여하는 원칙을 뜻한다. 특히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에 충실하며, 그 내용을 국민이나 고객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적극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주로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경영전략 등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 점검, 이사회와의 대화, 주주제안과 같은 구체적 행동 수행으로 이어진다. 기업에 대한 이른바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해 국민연금이 기업들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으로 기금 수익성을 높이고, 주주권행사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증가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다른 연기금들도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공적 기금의 영향력이 과도해질 경우 기업 경영권이 침해를 받을 수도 있다.

일단 현재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위상은 지나치리만치 크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율을 나타낸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총 290개에 달한다. 1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장사도 90개나 된다. 국민연금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대부분의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은 국민연금이 자유 시장주의를 해치고 이른바 ‘연금 사회주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권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이른바 ‘엘리엇 사태’로 이미 한차례 홍역을 겪은바 있다.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에 대한 경영권 공세를 펼쳐 큰 혼란을 야기한 사건이다. 

이와 같은 사례가 계속 이어진다면 자본의 전체적인 흐름이 '단기 이익'을 우선시 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경영자 입장에서도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를 할 유인이 줄어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민연금은 기업들의 자주적 경영활동에 있어 힘이 되어 주는 쪽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가 주주들의 권익 제고 문제를 부각한다는 건 자본시장에 신선한 자극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정부 등 외압에 의해 코드의 원칙과 목적, 독립성 등이 훼손될 경우 주주와 경영자의 목소리가 모두 묻혀버리는 최악의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