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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으로 배우는 시장경제⑲]김재익 "시장을 믿고 권력을 분산하라"
김재익, 미제스로부터 ‘자유주의 시장경제’ 배우다
자유주의에 역행하는 현 정부…김재익 정신 본받아야
승인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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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7-03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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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조우현 기자]“시장을 믿고 권력을 분산하라” (김재익, 1938~1983)

   
▲ '인야레이크'호텔에서 저녁식사 후 커피를 들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 (왼쪽부터) 김재익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서상철 동장부 장관, 김동한 과기처 차관./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1980년대, 김재익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은 당시 관료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 정부의 권한을 분산해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돈줄을 죄어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서울대학교 문리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수료한 김재익은 대한민국 최초의 ‘자유주의 관료’였다. 그는 1975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관, 1976년 경제기획원 기획국장, 1980년 경제기획원 경제협력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이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발탁돼 자유주의 시장경제라는 그의 경제관을 경제정책에 반영해 한국 경제를 호황으로 이끈다.

지금이야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지만, 김재익이 활동했던 시기인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의 대한민국은 ‘자유주의 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때문에 정통 시장주의자였던 김재익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알아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독재자’로 일컬어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1980년 9월 대통령이 된 전두환은 김재익을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 그의 시장경제 사상에 전적인 지지를 보낸다.

당시 김재익은 경제수석비서관의 자리를 수락하며 권력자를 잘 설득하면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그의 경제 철학을 한국 사회에 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다만 시간이 지난 후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 권력자의 마음이었기에 조건을 건다. 

‘김재익 평전(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13)’을 쓴 저자 고승철은 당시의 상황을 이 같이 서술한다.

   
▲ 고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빈소./사진=연합뉴스

“각하, 제가 경제수석으로서 일하는 데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저의 경제 정책은 인기가 없습니다.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도 결코 이런 정책을 환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어떤 저항이 있더라도 제 말을 믿고 이 정책을 끌고 나가 주시겠습니까?”
“여러 말 할 것 없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대한민국의 시장경제 역사가 새로이 쓰이게 된 순간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동안 김재익이 경제적 원칙을 충실히 실행해 나갔다. 성과는 분명했다. 한국은 1983년에 경제성장률이 9.5%로 오르며 1978년 이후 5년 만에 9%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한다. 

김재익은 경제 질서가 강제적인 ‘권력의 힘’이 아닌 시장의 자율적인 시스템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굳게 믿고 이를 실천해 나갔다. 또 물가 안정, 가계나 정부 모두 적자 운영을 피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경제 정책을 펼쳤다.

김재익, 미제스로부터 ‘자유주의 시장경제’ 배우다

혹자들은 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시기를 ‘암흑기’로 치부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볼 때 이 시기는 그야말로 ‘호황기’였다. 그리고 이 경제적 호황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간 지속된다.

1980년대 경제 기적의 주인공 김재익의 사상의 뿌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을까? 

김재익은 스탠퍼드대 유학 시절, 경제사상가 루트비히 폰 미제스(1881~1973)의 사상에 감동을 받고 이를 한국 경제에 적용시키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미제스는 대표적인 자유주의 사상가로, 정부의 시장개입을 반대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 통제를 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김재익 역시 한국경제가 정부의 개입이 아닌 ‘시장경제’를 통해 발전해가야 한다고 믿고,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 

손광식 전 문화일보 대표(당시 지식경제부 출입기자)는 김재익이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의 오해가 왜 일어나는지, 사회주의는 왜 모순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평범한 일상의 용어를 쓰며 설파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자유주의에 역행하는 현 정부…김재익 정신 배워야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내실 있는 경제 성장을 일으킨 김재익의 정책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경제 위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초라함’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는 권력의 분산이 아닌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도모하고 있다. 시장을 믿지 않고, 정부가 다 관여하겠다는 ‘반(反)시장’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실업률이 최고로 치닫자, 이에 대한 해법으로 공무원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민간에서의 발생하는 일자리가 아닌 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률을 줄이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을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보지 않고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옥죄는 정책을 연일 쏟아낸다. 

현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고 믿은 김재익의 믿음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더욱 쓸쓸함을 자아낸다. ‘내 삶을 책임지겠다’며 연일 발표되는 달콤한 유혹은 결국 미래를 희생시켜 현재를 극복하려는 ‘눈속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기에 영합한 ‘정부의 시장개입’의 끝은 파멸일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주의’가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실패가 입증된 길을 가려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유주의 시장경제’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김재익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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