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하석주 감독이 차범근 전 감독과 20년 만에 재회했다.

5일 오후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이래서 월드컵' 코너에서는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독일 출신 방송인 니콜라스 클라분데가 출연해 월드컵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김어준은 차범근 전 감독을 향해 "1998년의 아픔을 아직 풀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스튜디오에는 하석주 아주대 감독이 등장했고, 차범근 전 감독은 환한 웃음과 함께 그를 꼭 끌어안았다. 하석주 감독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 사진=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 캡처


하석주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멕시코전에서 멋진 프리킥 골을 성공시킨 직후 백 태클로 퇴장당했고, 한국은 수적 열세에 몰리며 역전패를 당했다. 이 경기로 인해 문책을 당한 당시 차범근 국가대표팀 감독은 대회 도중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자신 때문에 차범근 감독의 명예에 누를 끼쳤다는 자책감과 마음의 빚으로 20년 동안 차 감독을 피해 다녔다는 하석주 감독. 그는 지난달 22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차범근 감독님께 죄송하다. 직접 봬서 무릎 꿇고라도 사죄하고 싶은데, 나타나질 못하겠더라"라며 "언제 뵐 진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힘들게 살아온 부분에 대해 꼭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고 전한 바 있다. 그리고 이날 방송을 통해 두 사람은 재회를 하게 된 것이다.


   
▲ 사진=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 캡처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스튜디오에 나타난 하석주 감독은 차범근 전 감독의 품에 안겨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는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했고, 차범근 전 감독은 "왜 이렇게 마음에 담고 사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라며 그를 위로했다. 두 사람의 감동적인 재회에 김어준과 최용수 전 감독도 눈물을 보였다.

겨우 감정을 추스른 하석주 감독은 "차범근 전 감독님을 만날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제가 눈이 나쁜데 감독님은 눈에 확 들어오더라. 감독님이 나오시면 도망갔다. 겁이 나더라. 1~2년이 지나고 나서는 소식만 듣게 됐다"고 긴 세월 동안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 사진=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 캡처


차범근 전 감독의 퇴출로 인해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는 하석주 감독. 그는 "퇴장을 당하고 나서 너무나 큰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감독님은 그 때 그 상황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대표팀 감독을 하고 계셨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감독님한테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1~2년이 지나갔다. 그 후에는 지나가다 만날까 봐 마음을 졸였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차범근은 "미안하다. 그런 줄 알았다면 불러서 함께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라며 "경기장에서 그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다시 하석주 감독을 보듬었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의 짐을 떨쳐내지 못했던 하석주 감독의 아이 같은 눈물, 모든 아픔을 씻겨주는 차범근 전 감독의 온화한 미소에 시청자들도 함께 우는 시간이었다.

한편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한 주간의 이슈, 그리고 주목하지 않았으나 알고 보면 중요한 이슈를 제시하는 '거의 정통' 주간 시사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