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과 행장 동시 중징계는 유례없는 일, 옥석가려 제재해야

금융감독당국의 KB금융 경영진에 대한 무더기 중징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10일 임영록 KB금융회장,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해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방침을 사전통보했다.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동시에 사전 중징계통보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KB금융그룹은 이번 통보로 깊은 충격에 휩싸였다. 감독당국이 옥석을 가리지 않은채, 그리고 금융그룹의 경영공백 문제를 감안하지 않은채 무리한 옥죄기, 시류를 틈탄 징계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카드고객정보 유출 당시 고객정보관리인이 아니었는데도, 제재를 받았다. 당시 책임자는 어윤대 전 회장이었다.

금감원은 KB금융그룹에서 최근 일어난 카드고객정보 유출, 도쿄지점 부당대출 비리,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갈등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회장과 이행장 등 120여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조치를 통보했다. 한꺼번에 금융그룹 임직원을 방대하게 징계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감독당국의 징계조치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번 일로 임회장과 이행장이 동반사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금융가의 중론이다. 국내 최대금융그룹 수장 2명을 인위적으로 개편하려는 듯한 감독당국의 행태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또다른 관치금융, 낙하산인사 파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임회장과 이행장 모두 취임한지 1년도 안되는 상황에서 동반퇴진을 강요하려는 듯한 감독당국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임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2013년 7월에 취임했다.

   
▲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도쿄 지점의 부당대출 비리 의혹을 사전에 조사해서 금감원에 보고했다. 내부통제 강화차원에서 벌인 도쿄지점 조사에 대해 금감원이 중징계 사유로 꼽은 것은 문제가 있다.

금감원의 과도한 규제와 징계가 알려지면서 동정론도 커지고 있다. 책임소재를 가리지 않은채 무조건 현직 최고경영자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카드고객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임영록회장은 당시 책임질 라인에 있지 않았다. 국민카드가 2011년 분사할  때 태스크포스 단장은 최기의 전 국민카드사장이었다. 최기의 전 사장이 모든 전권을 갖고 경영을 했다.

임영록 회장은 당시 보고라인과 결재라인에서 벗어나 있었다. 금감원이 문제삼은 고객정보관리인은 임회장(당시 지주사사장)이 아닌 어윤대 전회장이었다. 어윤대 전회장은 ING생보 인수와 우리은행 인수 문제 등에 대해 신중할 것을 고언한 임사장에 대해 못마땅한 나머지 결재라인에서 아예 배제시킨 바 있다.  이같은 스트레스로 임회장은 대상포진에 걸리는 등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기도 했다. 금융지주의 경쟁력강화와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바른말했다가 어윤대 전회장에게 찍혀서 마음고생, 몸고생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 점을 애써 무시하며 임회장이 당시 고객정보관리인이었다는 엉뚱한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 마치 짜맞추기식 제재를 한다는 의혹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호행장에 대한 중징계 사유가 된 도쿄지점 부당대출 비리 문제도 오히려 내부의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기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금감원의 징계가 석연치 않다. 은행의 불법비리를 제거하려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오히려 문제삼은 격이다. 자체검사를 통해 적발한 비리를 금감원에 보고한 것에 대해 오히려 잘못했다며 회초리를 든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금융권에선 임회장과 이행장의 동시퇴진 압박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가뜩이나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시장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금융그룹마다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수익창출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수장들을 동시에 물러나게 하려는듯한 강경책은 KB금융지주의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금감원은 옥석을 구분해서 스마트한 제재를 해야 한다. 감독당국이 제재수위를 짜놓는 등 각본대로 움직인다는 의혹을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회장과 이행장도 26일 열리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에서 충분히 소명해서 경영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