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학생의 선택 보다는 정부 주도의 강제적인 공급자 평가

   
▲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1. 배경

저출산으로 인해 고교졸업자수가 2013년 63만에서 10년 뒤인 2023년 40만명으로 대폭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해외 유학생 유치 확대나 평생교육의 확대가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의 구조개혁이 시급한 사안으로 등장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부 하에서의 대학 정원감축이 지방대학에 편중되어 이루어지고 구조조정의 폭도 제한된 것으로 평가하고 대학 구조개혁을 정부주도로 수도권을 포함하여 추진하여야 필요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림 1]은 1998년 이후 대학 입학자원과 대학 입학정원을 보여 주고 있다. 고교졸업자 수는 2011년에 65만명으로 정점을 이룬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8년에는 현재의 대학 입학정원인 56만명 이하로 감소되고 이후 추가적으로 감소하여 40만명 수준에 이르고 2023년 이후에는 이 수준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변화는 고교졸업생
이외의 다른 대체 입학자원을 찾지 못한다면 10년뒤의 대학의 정원이 현재보다 16만명 정도 감소해야 함을 의미한다.

   
▲ 대학 입학 자원과 대학 입학 정원 

노무현정부(2003.3-2008.2)와 이명박정부(2008.3-2013.2)의 대학 입학자원과 입학정원의 변화는 아래와 같다. 노무현 정부는 고교졸업생이 2000-2002년 사이에 나타난 대폭적인 감소이후 57-58만명 수준으로 안정화되었던 시기이다. 2000년대초 나타난 급격한 입학자원 감소로 미충원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기에 대학구조개혁의 압력도 높았던 시기였다.

이명박정부는 작은 베이붐이 고교졸업생수를 높였던 시기로 고교졸업생이 65만명 수준으로 증가후 다시 낮아지는 시겨였다. 이러한 고교졸업생수 변화로 이명박정부는 정원감축의 시장압력이 크지 않았던 시기이다.

시기별로 정원감축의 특징을 살펴보면, 참여정부 시기에는 국·공립대학 정원 감축률이 높았던 반면, 이명박정부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사립대학 감축률이 좀 더 높다. 지역별로는 시기 구분 없이 모두 수도권대학에 비해 지방대학 감축률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유기홍의원실 성명서, 2014.1.28., “지난 10년간 대학정원 지방만 감축 수도권 무풍지대”).

주요한 대학구조개혁 유도 사업에는 국립대학 통폐합지원사업(2005년과 2008년 시행, 8,903명 감축), 구조개혁선도대학지원사업(2005년, 5,876명 감축), (동일 재단내) 사립대학통폐합(2004-2013년, 12,263명 감축), 산업대/전문대의 일반대 전환(2004년이후 지속, 4,777명 감축), 폐교 조치(6개교 2,329명 감축) 등이 있었다.

이러한 구체적인 대학구조개혁사업에 덧붙여, 두 가지 요소가 대학정원감축을 유도하였는데 하나는 미충원으로 나타나는 시장압력이며 또 다른 하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각종 평가에서 충원률이 주요 지표로 포함된 것이다. 미충원의 심화와 교육부의 각종 평가는 정원감축 유도에 매우 큰 효과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에서 2013년 사이 대학 정원이 107,278명 감축되었는데, 앞에서 나열한 구조개혁 목적 사업들에 의한 감축 규모가 34,1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나머지 7만명 이상의 정원 감축이 구조개혁 특정목적 사업이 아닌 다른 교육부 사업 또는 시장에서의 구조조정 압력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 사학포럼 바른사회 자유경제원 프리덤팩토리가 11일 교육부 대학구조조정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고 있다. 

2. 정책 현황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의 기본 구조는 2014년 1월 28일에 발표되었다. 박근혜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이명박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뚜렷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의 특징은 아래의 4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로, 정부 주도의 구조개혁 필요성을 수도권과 지방의 공동 발전에서 찾고 있다. 균형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정부의 고등교육시장 개입의 근거를 찾고 있는데, 실제로 균형 발전을 강제하지 않는다면 대학구조개혁을 입학자원이 줄어 미충원이 대규모로 발생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할 근거는 제시하기 어렵다.

둘째로, 대학 구조개혁은 학교 수 감축과 입학정원수 감축을 병행하여 추진하고, 이러한 감축에 있어서 수도권/지방, 일반대/전문대학 간의 균형을 고려하여 접근한다.

셋째로, 정부주도형의 대학구조개혁을 위해 대학 평가체제 개선을 추진한다. 이명박정부에서 폭넓게 사용되었던 정량 평가가 여러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정성평가와 절대평가를 강화하고 고등교육 평가를 전담하는 평가원이나 평가센터를 설립 운영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넷째로, 잔여재산 처리 등 사립대학이 스스로 퇴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한다. 정원 감축 및 퇴출 시, 명예퇴직 제도 도입, 구조조정 기금 또는 잔여재산을 재원으로 한 퇴직수당 지급 등을 검토하고, 정원감축으로 발생하는 유휴시설에 대해 임대업 등 영리행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구조개혁 기간(’14~’22)을 3년단위의 세주기로 나누어 각 주기별로 4만명, 5만명, 7만명을 각각 감축하여 총 16만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주기마다 모든 대학을 평가하고 평가등급에 따라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여 자율감축을 유도하고, 나머지 등급을 받은 대학에 대해서는 차등적으로 정원 감축을 강제할 계획이다.

지방 대학 특성화사업, 수도권 대학 특성화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LINC, BK21 플러스,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 등 모든 정부재정지원사업 평가에 구조개혁 계획(실적)을 반영하여 구조개혁을 유도할 계획이다.

3. 분석

박근혜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균형발전, 정성평가 강화, 정부주도평가 강화라는 측면에서 이명박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과는 차별성을 가진다. 박근혜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이명박정부의 정책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시장친화적인 성격을 약화시키고 균형발전과 정부역할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정부와 이명박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다음과 같이 비교 분석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학생선택을 존중하는 시장친화적인 구조개혁을 지향하고 있으며, 지역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신시장주의 구조개혁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지역불균형 심화와 관련하여서는 구조개혁평가에서 수도권/비수도권 리그를 나누어 평가하는 등 보완책이 추진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비하여 박근혜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지역대학을 살리는 균형적인 구조개혁을 지향하고 있으며, 우수대학 정원이 감소함으로써 학생의 피해와 국가경쟁력 훼손이 초래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4. 개선 방안

고등교육은 초·중등교육과 달리 전문성과 사적 투자의 성격이 강하고 이로 인해 고등교육의 자율성과 책무성이 고등교육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미국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유럽 고등교육의 경쟁력보다 높은 것은 대학의 자율과 책무를 존중하는 정책을 시행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여러 고등교육정책은 유럽 모형을 지향하고 있으며 정부의 개입이 과도한 형태로 보인다. 대학구조개혁정책의 개선방안을 아래의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로, 대학구조개혁 관련 정책들이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제한하는 규제로 작동하는 부분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나치게 균형적인 구조개혁 추구는 지양되어야 한다. 현재의 균형적인 구조개혁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균형적인 정원감축은 가고 싶은 우수대학에는 가지 못하게 하고 가기 싫은 열악한 대학에는 재학하게 만드는 피해를 학생에게 주며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낮추게 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해외유학의 증가와 같은 시장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학생의 피해와 국가경쟁력 훼손을 줄이기 위해서 일률적인 정원감축보다는 대학의 특성에 맞춘 구조개혁을 추진하여야 한다. 최상위 대학들의 경우 대학원 강화나 유학생 유치 확대 등의 탈출구를 열어주고, 전문대학의 경우 평생교육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을 행하여야 한다. 열악한 대학에게 보다 바람직한 지원 형태는 다른 대학들의 정원 감축으로 구조조정의 압력을 감소시키는 것보다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구조개혁의 걸림돌을 제거하여 줌으로써 스스로 구조개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근의 두 대학이 합병을 하는 경우 하나의 캠퍼스로 통합하고 다른 캠퍼스를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 변경(필요시 해당 토지의 용도도 변경)하여 합병된 학교법인의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정부가 공급자인 대학을 평가하여 선제적으로 정원을 감축시키기보다, 지방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한 후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수요자 중심의 구조개혁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림 1]이 잘 보여주는 것처럼 이후 학생수 감소가 급격히 나타나게 되지만, 2008년-2013년 사이 감축된 정원수가 36,099명 이었다는 사실은 이명박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도 정원감축에 일정 정도 효과적이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정원감축을 정부주도로 먼저 시행하게 되면 학생들의 선택에 따른 충원률 차이라는 시장신호를 무시하게 된다. 이러한 학생들의 선택을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정원조정을 해야 할 근거는 균형발전인데, 균형발전은 정원정책보다는 재정지원과 규제완화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셋째로, 시장의 신호를 존중한 형태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신호를 무시하는 형태로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 지대추구 행위가 확대되고 국가경쟁력이 훼손된다.

충원률과 취업률은 시장신호를 나타내 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이들 지표들을 무시한 대학구조정책은 시장과 조응하기 어렵다. 또한 평가방식에 있어서 정성평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평가 자체의 객관성이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

넷째로,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간의 역할 분담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립대학들은 인문, 자연, 예체능 등 학생 충원이 어려운 학문분야의 정원을 먼저 줄이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은 정부가 사립대학들의 학문분야별 정원조정까지 개입하기 보다는 이러한 순수 학문분야에서의 국공립대학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