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서 페미나치·메퇘지 등 '페미니즘 혐오 정서' 반작용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주최측 추산 6만여명(경찰 추산 1만9000명)이 참석해 7일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제3차 몰카범죄 편파수사 규탄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에 빗대어 조롱하는 주최측 퍼포먼스가 일어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쪽에서 기계적인 성별 대립을 조장하는 지나친 요구와 과격한 구호를 외칠수록 집회 취지에 대한 공감이 줄어들고 성대결 갈등 양상이 커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단일 성별이 특정 이슈에 목소리를 내며 대규모로 거리에 나섰던 이번 집회가 당초 의도했던 여성 권리 주장 및 공론화 취지가 왜곡되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이러한 과격 구호에 대한 반작용으로 온라인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정서가 가시질 않고 있다.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커뮤니티를 비롯해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페미나치(페미니즘+독일나치)와 메퇘지(메갈리아+멧돼지 뜻으로 '외모 비하' 표현)라는 용어 사용이 줄지 않고 있다.

주최측인 '불편한 용기'는 행사 취지에 대해 "남성 중심주의 가치관에 억압받아왔던 여성들의 분노가 공감을 일으켰다"면서, 일부 참가자들이 문 대통령을 향해 '재기해' 구호를 외친 것에 대해 "사전적 의미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집회에서 '재기해' 및 '자이루' 등을 외쳤는데 이는 온라인 상에서 남성을 모욕하고 혐오하는 용어로 쓰인다. 참가자들이 이날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하며 여성 표를 가져가 당선된 문 대통령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을 향해 썼던 "재기해"는 '스스로 목숨을 던져라'는 뜻으로, 고 성재기 대표가 지난 2013년 마포대교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기 위해 뛰어내렸지만 결국 사망한 사건을 빗댄 표현이다.

이들이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문제 삼은 것은 문 대통령의 지난 3일 국무회의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홍대 누드모델 몰카사건 수사가 여성에게 편파적이었다'는 논란에 대해 "남성 가해자가 더 구속되고 엄벌 가해지는 비율이 더 높아 편파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 조롱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회가 끝난 후 당일 집회현장을 방문했던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해 "성대결 갈등을 조장하고 대통령 모욕 시위에 장관이 참여했다. 이에 경질 파면을 요청한다"는 글이 올라와, 9일 오후2시 기준 4만2000명이 넘는 인원이 청원에 동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에 대해 "여성운동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려면 모욕적·극단적·반사회적인 전략이 아니라 더 많은 공감을 얻기 위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성대결 양상으로 번질 경우 출구가 없고 '남성은 가해자'라는 식의 이분법이 일각에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혐오 발언이 많아질 경우 국민들의 지지와 공감을 받기 힘들 수 있다"며 "향후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초 이번 집회는 주최측의 자발적 참여로 열린 3번째 모임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여성유죄 남성무죄"라며 "경찰은 성차별 수사를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같은 날 광화문 광장에서는 71개 여성단체들이 개최한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 5000여명은 이날 낙태죄 위헌소송 심리에 들어가있는 헌법재판소 방면으로 행진했다.

주최측은 이날 앞선 두 차례의 집회와 마찬가지로 여성 경찰관 90% 비율 임용과 여성 경찰청장 임명, 문무일 검찰총장 사퇴 및 판검사 고위 관직에 여성 임명,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촬영·판매·구매·유포자에 대한 강력처벌 등을 요구했다.

주최측은 다음달 4일 광화문에서 4차 집회를 예고했다. 집회에는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가 가능하다. 오는 4차 집회에서 주최측이 합리적이고 설득력있는 구호와 주장을 제기해 성대결 갈등 양상이 수그러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진은 한국여성민우회 및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등 총 71개 여성단체가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낙태죄 위헌·폐지 촉구 퍼레이드 행사 모습./사진=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