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제재완화가 관건으로 부상…트럼프 행정부도 ‘실패 되풀이’ 우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7일 북미 첫 고위급협상에 나선 결과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최소한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이마저 추후 실무협상 개최만 결정돼 송환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게다가 회담 이후 북한이 미국을 향해 “일방적”이라고 비판한 내용을 볼 때 단순히 ‘협상전략’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내 언론마저 “세번 방북 중 가장 결실이 적은 방북”이라고 지적했고,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이던 폭스뉴스까지 이번 폼페이오의 평양 회담에 대해 ‘빈손(empty-handed) 방북’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도 폼페이오 장관이 “생산적인, 선의의 협상을 했다”고 자평한 것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협상이 단지 11월 중간선거에만 맞춰진 ‘정치적 쇼’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커진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도 역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실패한 이전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 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번 북미 협상에서 얻은 것은 지난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미군 유해 송환과 미사일 실험장 폐기 약속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추진하는 실무그룹 회의를 오는 12일 개최하기로 한 점이다. 

양측이 협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어서 대화의 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제 겨우 시작하는 단계에서 ‘전략’없이 ‘기싸움’만 이어간다면 언제든지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
 
사실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비핵화 로드맵 등이 담기지 않아 의아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자신감을 과시했다. 북한에 대해 신뢰를 강조하고 대화 상대로 존중하려는 태도에 ‘트럼프 식’ 비핵화 해법이 주목됐었다.

   
▲ 지난 6.12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일주일만에 고위급협상을 이어가는 대신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면서 3차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들은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북미 간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철수에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번 북미간 실무협상에서 북한은 7.27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할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대북체제 안전을 보장한다면서도 이에 합의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밀착된 북중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사실 종전선언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어 연내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전날 밤늦게까지 벌인 북미 간 사전 실무협상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합의문에는 CVID도 종전선언도 명시되지 않았다. 

이후 든든한 ‘중국 보험’을 둔 북한은 미국에 대해 제재 완화보다 종전선언을 먼저 요구하면서 기싸움을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폼페이오도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최대 압박’을 재언급할 정도로 제재 완화는 마지막 단계의 보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이번에 북미 고위급협상 이후 북한은 자신들의 대외매체를 통해 종전선언을 주장하고 폼페이오는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북한을 향해 미국과 수교한 뒤 경제 발전을 이룬 베트남을 롤 모델로 삼으라고 제시하면서 다음 협상을 풀어나갈 과제는 제시된 셈이다. 

미국을 향해 경제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북한 당국이 원하는 것은 결국 ‘제재 해제’와 종‘전선언’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가 검증되지 않는 한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이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