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KB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 발행어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로 옛 현대증권 시절 대주주 신용공여로 인한 징계가 만료되면서 신규사업 인가 제한이 해제된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문제는 이르면 이달 말 증선위에 상정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KB증권의 발행어음 시장 진입이 유력해졌다. 어렵지 않게 연내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도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한투의 독주체제가 NH의 진입으로 경쟁구도로 재편된 이후, KB까지 가세하면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의 효용도 그만큼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 사진=KB증권


KB증권이 지금까지 단기금융 인가를 받지 못한 것은 합병 전 현대증권 시절 대주주 신용공여로 인한 징계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는 지난달 말 만료돼 KB증권을 가로막고 있던 신규사업 인가 제한은 사라졌다.

징계 만료 시점에 맞춰 KB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KB증권은 금융감독원 실무자들과의 접촉을 늘리며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한 가지 변수는 여름 휴가 시즌이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결정하는 증권선물위원회는 통상 월 2회씩 열리지만 7~8월 휴가철에는 월 1회씩만 개최된다. 만약 이달 말 열리는 증선위 정례회의에 KB의 인가안이 상정되지 못할 경우 8월 정례회의까지 기다려야 하는 변수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금융위원회 최종심의 통과는 10월에나 가능해져 사업을 연내에 시작하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다. 사업 착수 시점이 지나치게 늦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KB증권은 이달 중순경 인가 신청 서류를 금감원에 제출해 이달 말 열리는 증선위 정례회의에 인가안이 상정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당국은 발행어음 사업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발행어음 사업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작년 11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이후 시장 안팎에서 별다른 구설수가 없었던 것도 좋은 영향을 줬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할 경우 KB증권은 보다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KB증권은 초기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 운용과 관련해 현금성자산 20%, 기업금융 68%(증권인수 36%, 모험자본 18%, 기업대출 14%), 부동산 12%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KB증권의 자기자본은 1분기말 기준 4조 2467억원이다. 이미 시장에 진입한 한투(4조 1000억원), NH투자증권(4조 8000억원)과 합산하면 KB의 시장진입 이후 발행어음 수신규모는 최대 26조원까지 커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소·혁신기업에 자본을 공급할 만한 규모는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한 뒤 “초대형IB의 본래 설립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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