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삼성전자 인도 공장 준공식서 힘 실어
이 부회장 깍듯이 영접…재계 "대통령 지속적 관심 중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삼성 관련 행사에 처음 참석하면서 관계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계는 정부의 대기업 정책 기조의 변화가 감지된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바라고 있다.

   
▲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이 부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오후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서 열린 삼성전자 휴대전화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참석해 삼성전자 신공장에 대한 큰 기대를 나타냈다.

이날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깎듯이 영접했다. 차량에서 문 대통령이 내리자 이 부회장은 고개를 크게 숙이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장 도착 직후 이 부회장, 홍현칠 삼성전자 서남아담당 부사장의 안내를 받아 대기실로 직행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대기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부회장과 홍 부사장을 불러 5분간 접견했다. 이 자리에는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도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을 축하한다” 며 “인도가 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는데 삼성이 큰 역할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 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2년 여간 약 8000억원을 들여 노이다 공장을 확장했다. 이곳은 연간 1억20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전화 공장으로 탈바꿈 했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방문이 정부와 대기업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과 삼성을 외면해온 대통령이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준공식을 찾아 삼성에 힘을 실어 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 부회장은 이번 준공식에서 사실상 첫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앞서 해외 출장을 다니며 주요 시장을 점검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고민했지만 극도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왔다. 앞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한편에서는 최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고용 불안 등 우리 경제 안팎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챙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대기업과의 협력강화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주력 수출 산업의 위기감이 커지고, 4차 산업혁명 경쟁력 부재 속에 대기업의 역량을 극대화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대기업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이 북경 현대차 충칭공장을 방문하고 여러 대기업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 했으나 규제 완화 등 피부로 느끼는 변화가 거의 없다고 기업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2년 가까이 대기업들이 경영에 몰두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됐다”며 “미국과 중국, 일본의 경쟁 기업들은 빠르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가 이들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정부과 기업의 협업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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