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자유한국당이 또다시 내홍을 겪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6·13 지방선거 패배 이후 꾸려진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가 비대위원장 인선 과정을 '블라인드'로 진행키로 하면서 당 일각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안상수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비대위 준비위 4차 회의에서 "주말까지는 (비대위원장 후보를) 가급적 정리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 후보는 12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당 내부의 의견을 수렴해 발표할 계획이다. 

문제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을 의총에서도 비대위원장 후보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 안 준비위원장은 "(의총에서) 후보들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겠다"며 "해온 일과 미래에 대한 비전 등을 의원분들이 정리해주면 적합한 분이 명단에 있는지 교집합시켜 최종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친박계를 포함한 당 일각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미 '박성중 의원 메모 파동'을 기점으로 계파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인선마저 '깜깜이'로 추진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앞서 친박계는 김 권한대행 체제에서 구성된 비대위가 특정 계파를 제거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내비쳐왔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수 그라운드 제로' 토론회에서 "이정미 전 재판관과 도올 김용옥 교수에 이어 이국종 교수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당 정체성 혼란의 중심에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선(先) 김성태 사퇴, 후(後)개혁을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의원들에게 정당하고 떳떳하다면 투명하게 공개해서 (비대위원장 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민주적이지 못하고 당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형식적으로 '의총에 보고는 했다'고 해서 넘어가려는 작전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때문에 이번주에 열릴 의총에서도 당 내 갈등양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토론회를 주최한 심재철 의원은 '블라인드' 방식의 비대위원장 선출과 관련, "특정 계파가 원하는 후보를 비대위원장으로 뽑기 위한 요식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cpbc라디오에 인터뷰에서 "(의총에서) 당연히 김 권한대행의 재신임을 이야기하겠다"고도 말했다.

   
▲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오른쪽)과 안상수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