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보수 문창극 후보에 대한 좌파의 도를 넘는 벌떼 공격지나쳐

   
▲ 조우석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어제 오늘 한국사회 분위기는 보수우파 쪽의 인사는 아예 공직(公職)에 진출할 꿈도 꾸지 말라는 식이다.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정당한 우파의 목소리에 ‘극우’라는 고약한 딱지를 붙이기 일쑤인데, 최소한 언론·지식사회의 경우 좌파 전체주의 사회가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한 듯하다. 이의제기를 하는 이도 드물다.

조선·동아 등 메이저언론까지 이 판에 가세하는 판국이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싸고 온갖 매체들은 그를 동시다발로 공격하고 있는데, 한 신문은 “편향 칼럼 도마에…야당은 ‘이념 검증’ 청문회 예고”라고 섬뜩한 제목을 달았다.

헌법이 명문화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신념을 가진 사람을 ‘이념 검증’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판국이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이다. 야당은 초장부터 그를 극우 인사로 매도하더니 급기야 어젯밤 이후 일부 언론은 그의 일부 발언을 망언(妄言)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공룡 포털 다음은 12일 오전 메인 화면에 띄운 글에서 “망언 논란 문창극”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가 쓴 기존 칼럼은 일본 극우 정객의 발언과 동급에 속한다는 최악의 규정이자, 세월호 선동에 재미본 이들의 또 한 번의 선동질이다.

문 후보자를 ‘친일 프레임’에 가두는 KBS 뉴스의 횡포

그걸 결정적으로 증폭시키며 문 후보자를 ‘친일 프레임’에 가두는 일에 나선 것은 전날 KBS 9시 뉴스의 횡포다. 3년 전 문 후보자가 한 교회에서 했던 강연을 거두절미 보도하며 그가 식민지를 정당화하는 친일 발언을 한 것처럼 노골적으로 조작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친일 독재란 얼빠진 친노 좌파진영이 우파 인사들에게 뒤집어씌우는 주홍글씨에 다름 아닌데, 그게 노영(勞營)방송으로 전락한 공영방송이 내보내는 뉴스라는 점에서 실로 어이없고, 실로 황당하다.

지금의 헛소동은 과연 무얼 뜻하는가? 세월호 이후 흩어진 정국을 추스르려는 정부의 개각부터 다시 휘청댄다는 징후이고, 세월호로 박근혜 정부 흔들기에 재미본 세력이 또 한번의 장난을 치겠다는 신호탄이다. 이대로라면 문 후보의 낙마(落馬)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안대희에 이은 두 번 째 총리 후보자의 낙마인데, 만의 하나 그게 현실화된다면, 박근혜 정부가 입을 데미지는 실로 크다. 그래서 파국을 막아야 하고, 문 후보자 본인과 정부 그리고 임명권자의 단호한 대응이 절실하다.

내가 아는 문 후보자는 합리적이고 온화한 사람

사실 총리 후보자의 지명 직후 이미 야당은 “햇볕정책을 반대하고 극단적 보수성향을 보인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극우꼴통시태를 여는 신호탄(박지원 의원)”이라며 낙마를 목표로 한다는 걸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 같은 제3자가 나서서 문 후보자의 성향과 자질을 옹호하고 나서는 건 큰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밝혀둘 것은 밝혀둘 일이다. 필자는 중앙일보에서 그와 함께 근무했지만 그처럼 온화하고 합리적인 분은 별로 못 봤다.

위압적이거나 한 것과는 전혀 거리가 있는 분이고, 무엇보다 겸손하다. 목소리가 크거나 의견을 앞세우는 일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얼굴, 즉 상(相)도 좋은데다 싱긋 웃는 표정까지 좋으니 그와 대면하면 누구라도 무장해제되는 게 보통이다. 어찌 보면 그는 참 재미없는 스타일이다. 식사 자리에서 항용 반주를 곁들일 때도 그는 소주잔에 맹물을 담아 건배를 제의한다. 물론 모두가 ‘아 저 분은 그런 분이니까’ 하고 넘어가 준다. 즉 거칠고 조악한 것, 우악스러운 것은 질색인 사람이다. 실은 그의 글도 그렇다.

   
▲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1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해군 소위 출신 문창극이 쓴 명 칼럼 ‘백령도의 분노’

“나는 문학 등에 조예가 없고, 그래서 칼럼이 미문(美文)을 구사못하고 건조해요”라고 자신을 낮추는 게 몸에 뱄다. 그러나 결기가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그가 해병대 출신이라고 잘못 알려졌지만, 실은 해군 장교로 근무했다. 그걸 칼럼으로 쓰기도 했는데, 천안함 폭침이 있던 직후인 4년 전 그가 썼던 그 글을 필자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백령도의 분노’라는 제목의 그 칼럼에 따르면 해군 장교 시절 문창극은 승조원 100명에, 천안함과 비슷한 1000t급 규모의 59함(퇴역했음)을 타고 함교를 지키고 있었다.

대학 졸업 뒤 불과 1년도 안 됐을 무렵 해군 소위로 근무하던 당시 함교에서 바라보면 동쪽으로는 백령도의 해안 불빛이 보이고 바다는 칠흑 같았다. 그 칼럼의 마무리가 그로서는 이례적으로, 가슴 뭉클한 군가(軍歌)였다. “검푸른 파도 삼킬 듯 사나워도/나는야 언제나 바다의 사나이//사나이 한평생 세월로써 못 재는 것/꿋꿋하게 살다가 사내답게 죽으리라./아! 바다는 나의 고향, 나의 집은 배란다.”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핵(核)무장론 당당히 변호하길 !

천안함 폭침 뉴스 직후 쓴 이 글에서 그는 “‘바다의 사나이’들은 조국을 위해 사랑하던 천안함과 함께 그렇게 파도 속에 묻혔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그 길은 우리가 원인을 둘러싸고 분열해서도, 꽁무니를 빼서도 안 된다. 단합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을 빨리 통일시키는 것이다.”라고 썼다. (중앙일보 2010년 3월 30일)이런 글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천암함 폭침이 거짓이라면서 합리적 의심을 하자고 덤벼드는 좌파들이 감히 헛소리를 해온다면, 멋지게 되받아치길 필자는 기대한다.

인사청문회 때 혹시 야당이 그의 한국 핵(核)무장론을 비판해도 물러서지 말고 평소 소신을 당당히 밝힐 것을 주문한다. 문 후보자는 북한이 핵보유를 공식 선언하자 2005년 2월21일자 칼럼 ‘이상한 나라 코리아’를 통해 “북한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깨져버렸다. 그렇다면 우리도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오거나, 독자적 방식으로 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북한 핵을 용인하면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북한에 끌려 다녀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인데, 그건 상식 중의 상식이 아니던가?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좋아하는 문창극

인사청문회 때 당신이 그렇게 당차게 말할 경우 문약(文弱)에 빠진 한국사회에 죽비가 될 것임을 나는 믿는다. 실은 친일 망언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 혹시 누가 “당신은 왜 일제 지배를 합리화하는 발언을 했는가?”라고 물으면, 이렇게 답하면 된다. “나는 함석헌 선생의 책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많은 암시와 영감을 받았다. 그분이 한반도의 고난에는 필시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고 보았듯이 기독교 신자인 나도 그렇다. 우리 민족이 정말로 강해지고 우뚝 서기 위한 시련이었다.”라고 말하면 된다.

실제로 그게 문 후보자의 오랜 신념임을 필자는 안다. 또 그는 함석헌을 높이 평가한다. 문 후보자와 나는 가칭 시민교과서 포럼의 멤버다. 로펌 태평양의 설립자인 김인섭 변호사가 주도하는 이 포럼이 한참이던 3~4년 전 그는 함석헌의 이 책을 거론한 바 있다. 또 하나, 기회에 밝혀두지만 그는 극우와 전혀 인연이 없다. 이념적으로 합리적 보수, 열린 보수로 분류하는 게 정확하다. 가칭 시민교과서는 근현대사 해석이 위주인데, 박정희의 유신 대목에 대한 토론을 할 때면 그는 좀 불편해했다.

문 후보자는 지금도 유신에 찬성치 않는 온건한 사람

유신이 중화학공업을 일으키고, 부국(富國)을 만들었지만, 당시 박정희의 정치적 무리수가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했고, 끝내 오늘의 이념갈등의 뿌리가 아니냐는 식이었던 걸로 나는 기억한다. 실은 <박정희, 한국의 탄생>이란 책을 썼던 필자야말로 유신 옹호자였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이 갈렸고, 그래서 옛 토론을 지금도 훤히 꿰고 있다. 이글의 마무리이다.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문 후보자는 실로 많은 걸 깨달았을 것이다. 3~4일 짧은 기간에 수십 년 기자생활 때보다 더 많은 걸 체감했으리라.

신문사란 어쩌면 온실이다. 자의반 타의반 밖으로 나오니 이념 갈등에 찢기고, 선동질에 바람 든 우리사회의 현주소가 죄다 보일 것이다. 이 끔찍하고 살벌한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지금의 언론이 왜 비정상의 끝을 달리는지가 비로소 체감될 것이다. 겉으로만 풍요로운 한국사회는 의외로 항구적 불안사회로 남아있고, 이게 좋아지기는커녕 더욱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이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바로 잡아야 할 게 박근혜정부의 시대적 소명이고, 대통령을 보좌할 총리의 몫이다. 당신은 이미 바다 사나이를 넘어 한반도의 사나이가 아니던가. 청와대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 “여론 추이를 보고 있다”고 하는 식의 관망주의, 기회주의적 마인드로는 될 일도 방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