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개선으로 정상국가로 변모해 국제사회 진입해야 vs 北 공식입장 인정하자는 내재적 접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가 집단으로 탈출한 종업원들에 대해 기획탈북 의혹 및 북송 논란이 최근 일어나면서, 북한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것으로 드러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권 차원의 인권 탄압을 개선하는 것이 북한이 정상국가로 변모해 국제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라는 비판적 접근과 '인권문제가 없다'는 북한의 공식입장을 인정하자는 내재적 접근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종업원의 경우 한국에 오게 됐을 때 어디로 갈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에 왔다고 들었다"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언급을 인용해 재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일부는 이에 대해 "그들의 자유 의사에 따라 입국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범 강제수용소나 교화소가 없고 일반감옥만 있다는 것이 북한의 공식 입장이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후에도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달 북한은 우리 정부를 향해 북한인권법을 폐기하고 북한인권재단을 닫으라고 주장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달 28일 "북한인권재단은 대결광신자들이 조작해낸 북한인권법과 함께 출현한 반공화국 모략기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우리는 포용적인 입장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이용해 내정간섭에 해당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북한은 오히려 우리 국군포로들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침묵했고 '포로가 없다'고 해왔다"고 지적했다.

통일부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대해서도 김태우 전 원장은 "우리 정부의 입장 확인은 당연한 것이고 그럴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서 재조사 실익이 없어 그대로 덮어두는게 낫다고 보지만 답은 뻔하다. 지금까지 왜 북한 사람들만 탈출해서 한국으로 왔는가. 북한의 주장은 내정간섭"이라고 언급했다.

로베르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이와 관련해 "종업원들이 북한에 강제 송환되는 일이 없도록 킨타나 유엔 보고관이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며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더라도 그 진의를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북한의 평화공세와 한미간 한반도평화 기조에 발맞추어 '북핵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 인권 거론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핵화"라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전제조건으로 걸어선 안 된다"라고 언급했다.

김 전 원장은 이에 대해 "같이 가는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비핵화와 인권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는 "북핵 문제가 바로 인권 문제이고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가는 것"이라며 "북한 국가예산은 핵무기 개발 등 군사 부문에 쏠렸고 그 점이 북한 민생경제를 쪼그라들게 만들고 대북 제재가 더해져 북한 국민들이 고립되고 궁핍해졌다. 이는 사람의 생존권, 인권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정치권과 언론 등 조야에서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대가로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고, 미국은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못한채 최근 북한과 후속회담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과 방법을 결론내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 정부의 '북한 인권' 접근법에 대해 김 전 원장은 "미 행정부가 북한과 핵 협상을 하면서 어떤 원칙을 갖고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느냐를 전세계 전문가가 주목하고 있다"며 두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김 전 원장은 "미국이 세계 질서를 관장하는 패권국가이자 경찰국가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동맹국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는 '좋은 경찰' 가설, 미국 우선주의 및 경제 민족주의를 내세워 동맹국들에게도 거래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거래자' 가설이 있다"며 "지금까지 트럼프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에서 보여준 것은 적당한 선에서 윈윈하는 '거래자'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북한 인권 문제도 같은 맥락"이라며 "트럼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외교적 업적이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인권 이슈를 미 정부가 적극적으로 다룰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다만 어느 가설이 진실로 드러날지 단정적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북핵과 경제협력, 인권문제를 함께 묶어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김 전 원장은 "우리가 바라는 방식이지만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한국이 큰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한국이 피해 당사자 측면에서 핵심 당사국이지만 문제해결 역량에서 보면 한국보다는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보상을 줄 수 있고 징벌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미 정부가 향후 어떤 원칙으로 어떻게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다만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가 보여준 것은 우리가 원하는 포괄적 접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북한 인권이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이 인권에 관한 보편적 선언에 서명했으나 이를 전혀 준수하지 않고 있어, 국제 인권 규범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가 핵 문제에 관한 국제적 합의를 지킬 수 있을지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스스로 인권 개선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진은 2016년 4월초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북한식당에서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탈북해 입북하는 모습./자료사진=통일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