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잉글랜드와 벨기에가 결승 진출 실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3-4위 순위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일전을 벌인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14일 밤 11시(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3-4위전에서 맞붙는다. 두 팀은 앞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각각 크로아티아, 프랑스에 패하며 우승에 도전할 자격을 얻지 못했다.

결승에 오르지 못해 다소 맥이 빠지긴 했지만 월드컵 역사에 남는 3위, 4위는 엄연히 다르다. 두 팀 다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남은 힘을 쏟아부으며 승리를 노릴 것이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조별리그에서 같은 G조에 속해 한 번 맞붙었다. 당시 3차전에서 만났는데 이미 2승씩 거둬 16강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두 팀 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16강에서 만날 상대를 고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벨기에가 1-0으로 이겨 조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싱거운 승부였다. 이번 3-4위전 재격돌이 진정한 승부라 할 수 있다.

   
▲ 6골을 넣고 있는 해리 케인과 4골을 기록 중인 로멜루 루카쿠. /사진=FIFA 홈페이지 캡처


두 팀의 승패 못지않게 관심을 모으는 것이 현재 득점 랭킹 1, 2위를 달리고 있는 잉글랜드 해리 케인(25·토트넘 홋스퍼)과 벨기에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맞대결이다. 케인이 6골, 루카쿠가 4골을 넣고 있다.

케인이 두 골이나 앞서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루카쿠 외에는 마땅한 경쟁자도 없다. 루카쿠와 함께 4골로 공동 2위인 호날두(포르투갈), 체리셰프(러시아)는 16강, 8강에서 탈락했다. 결승에 올라 있는 프랑스의 그리즈만과 음바페가 나란히 3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3골 이상을 넣으며 케인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케인이 골든 부트(득점왕)를 예약해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케인이 무득점에 그치고 루카쿠가 멀티골을 넣어야 순위가 바뀐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게리 리네커(6골)가 득점왕에 오른 이후 32년 만에 잉글랜드 선수로 득점왕이 유력한 케인이지만 3-4위전에서 골 맛을 보며 영광스럽게 대회를 마무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케인은 조별리그 튀니지전에서 2골을 넣었고 파나마전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16강전 콜롬비아전에서 1골을 보탰다. 하지만 파나마전 2골과 콜롬비아전 골은 페널티킥으로 뽑아낸 것이었다. 필드골은 3골뿐이었다. 페널티킥 골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지만 8강 스웨덴전, 4강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침묵해 팀에 기여를 제대로 못했다. 특히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유효슈팅도 하나 기록하지 못해 최전방 공격수로서 체면이 깎였고 그 결과가 잉글랜드의 패배였다.

루카쿠 역시 득점왕과 상관없이 자존심을 되찾을 필요가 있는 마지막 경기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파마나와 튀니지를 상대로 2골씩 터뜨리며 큰 기대를 모았던 루카쿠는 토너먼트 들어 침묵으로 일관했다. 역전 득점왕이라는 목표의식을 갖고 잉글랜드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골 사냥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길이다.

한편, 케인이 벨기에전에서 다시 골맛을 보면 오랜 기간 이어져온 월드컵 '6골 득점왕' 징크스도 깨게 된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마리오 켐페스(아르헨티나)가 6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이후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7골 이상 넣은 득점왕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호나우두(브라질, 8골) 외에는 없었다. 나머지 대회 득점왕은 모두 6골 이하였다. 직전 대회였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도 6골로 득점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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