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경로상 불확실성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갈등에 따른 악재가 우려되는 가운데 고용충격과 내수‧투자 위축 등이 현실화하면서 한국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후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을 당초 3%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낮은 2.8%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0월로 되돌아간 셈이다. 한은은 올해 1월 전망에서 3.0%로 상향조정한데 이어 4월 전망에서도 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하반기 성장경로의 걸림돌로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꼽으며 “경기 성장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졌다”고 진단했다.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정책 영향 등 투자증가세 확대, 정부의 경제 활성화 대책 등에 따른 내수여건 개선 등이 경제 상방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반대로 하방 리스크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수출여건 변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다.

이런 가운데 실제 한국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 1일 발표된 6월 수출은 소폭이기는 하지만 4월에 이어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089% 줄어든 512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1월 22.3%를 기록했던 수출 증가율은 2월 3.3%까지 떨어졌다가 3월 6%, 4월 –1.5%, 5월 13.2%를 기록했다.

하반기 수출 환경도 우려스러운 분위기다. 미중 관세 부과 조치로 글로벌 무역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다 신흥국 경제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수출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비와 투자지표도 2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투자가 줄면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1월 5.4%를 기록한 이후 2월 1.2%로 떨어졌다가 3월 (–7.6%), 4월 (–2.7%), 5월 (–3.2%)로 집계됐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도 4월(-0.9%)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듯 한은은 주요 경기지표를 대폭 수정 발표했다. 수출 증가율은 4월 전망치 3.6%보다 0.1%포인트 낮은 3.5%로 낮췄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9% 전망에서 1.2%로 건설투자 증가율은 –0.2%에서 –0.5%로 낮춰 잡았다.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 역시 당초 26만명에서 18만명으로 대폭 수정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자는 “대내외 불확실한 경제 여건 변화에 맞춰 정부가 유연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