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77개 제조 대기업 시가총액이 불과 한 달만에 무려 60조원 이상 증발된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만 해석하기에는 국내 경제의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분야의 3분기 주가 전망 역시 좋지 않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국내 77개 제조 대기업 시가총액이 무려 60조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의하면 지난 13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총 100대 기업 중 77개 제조업 기업들의 전체 시총이 1061조 304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 1124조 7698억원에 비하면 무려 63조 7394억원(5.7%) 급감한 수준이다.

   
▲ 사진=연합뉴스


시총 100대 기업 중 시총이 늘어난 곳은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네이버, 삼성SDI, KT&G 등 15곳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반도체, 자동차, 정유화학, 조선 외에도 식품, 바이오 등 업종을 막론하고 전부 시총이 줄었다. 최근 내수 시장의 수요위축 상황이 얼마나 심해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장주 삼성전자조차도 시총 감소 흐름은 피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액면분할을 시행한 삼성전자의 지난 13일 시총(종가)은 298조 4986억원을 기록해 한 달 만에 무려 18조 6160억원 줄었다. 

뿐만 아니라 삼성 계열사들도 줄줄이 조 단위의 시총 감소세를 나타냈다. 삼성에스디에스 –2조 892억원, 삼성물산 –1조9917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1조8195억원, 삼성중공업 –7056억원, 삼성엔지니어링 –1960억원 등이다.

삼성그룹 다음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둘러싸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과 갈등을 겪은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의 경우 시총이 26조 9839억원을 기록해 한 달 만에 무려 3조 9650억원 줄었다. 이는 시총 100대 기업 중 가장 큰 낙폭이다. 

현대모비스 –1조708억원, 기아차 –5675억원, 현대글로비스 –3750억원 등 계열사들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이밖에 SK그룹과 LG그룹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 –2조1267억원, SK –5981억원, SK텔레콤 –4845억원 등이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가 2조 292억원의 시총이 증발된 것을 위시해 LG -1조 871억원, LG디스플레이 –1조 377억원, LG생활건강 –7809억원 등의 현황을 나타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조차 좋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이 펼치고 있는 이른바 ‘무역전쟁’의 여파를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경제 상황의 커다란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당장 국내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줄줄이 하향조정 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이들 77개 제조 대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37조 9945억원을 기록해 한 달 만에 3.4% 하향 조정됐다고 이미 밝혔다.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 역시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질수록 중간재 중국 수출 품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의 타격은 피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등 국내 내부적인 경제 이슈들의 영향까지 더해진다면 하반기 국내 증시 전망을 도저히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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