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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러시아 월드컵은 무엇을 남겼나…2022 월드컵을 기다리며
승인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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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7-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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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석명 기자] 축구팬들을 한 달간 잠 못 이루게 했던 러시아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프랑스가 20년 만에 우승을 했고, 9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던 한국은 16강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조별리그 탈락을 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단일 종목 대회이지만 지구상 가장 인기 있는 최고의 스포츠 축제다. 전세계를 축구 열기로 뜨겁게 달궜던 러시아 월드컵, 무엇을 남겼나.

우선 한국 축구대표팀. 실망과 짜증, 그리고 한 가닥 희망을 남겼다. 첫 경기 스웨덴전부터 실망스러웠다. 모든 초점을 스웨덴전에 맞추고 많은 준비를 했다는 한국이 뭣 하나 제대로 보여준 것 없이 유효슈팅 0개라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로 졌다. 2차전 멕시코전에서 조금 살아나긴 했지만 손흥민의 시원한 골 한 방만 보여주고 1-2로 또 지면서 한국은 거의 절망적인 상태로 몰렸다.

   
▲ 독일전 승리로 기뻐하는 한국 대표선수들.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3차전 독일전은 그나마 한국축구의 희망을 보였다. 한국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싸웠고, 막판 김영권 손흥민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2-0 승리를 거뒀다. 세계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한국은 월드컵 역사에 남을 이변의 승리를 따냈지만 결과는 1승 2패,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축구팬들은 독일전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16강 실패라는 결과에 대해 축구협회의 달라지지 않은 무능함, 신태용 감독의 미숙한 대회 준비, 몇몇 선수들의 기량 부족 등을 성토했다.

프랑스의 우승. 원래부터 프랑스는 우승후보로 꼽힌 유럽의 강팀인데다 다른 우승후보들이 일찍 탈락해준 덕에 다소 무난하게 정상까지 올랐다. 만 20세가 안된 킬리안 음바페가 결승전 골 포함 4골을 넣으며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것 포함 프랑스는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이 탄탄한 전력을 구축해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다.

   
▲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환호하는 프랑스 대표팀. /사진=FIFA 홈페이지


프랑스의 우승과 함께 주목받은 부분이 대표선수 23명 가운데 21명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유럽 각국은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난민 수용 정책을 두고 정치·사회적으로 갈등이 크다. 프랑스는 월드컵 우승의 순간 인종이나 민족, 종교적 갈등 등을 잠시 잊고 전국민이 축구로 하나가 돼 함께 환호했다. 최근 제주도에 대거 입국한 예맨 난민 수용 문제로 논란이 크고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는 국내 사정과 오버랩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의 우승이 남긴 '생각해 봅시다'였다.

크로아티아의 준우승 또한 많은 것을 남겼다. 인구 416만명의 소국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 등 강대국들을 꺾고 결승까지 오른 것 자체가 이변이고 기적이었다. 프랑스와의 결승전 때 약팀을 응원하는 심리로 크로아티아의 우승을 바라는 주위 축구팬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을 보면, 크로아티아는 어쩌면 우승한 프랑스보다 더 의미있는 월드컵을 치른 셈이다.

16강부터 4강전까지 3경기 연속 연장 혈전을 치러 결승전을 뛸 힘이 남아 있을까 우려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투지'며 '투혼'이 무엇인지를 그라운드에서 온몸으로 보여줬다. 그 투지의 원천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대표팀 주축 고참급 선수 상당수가 1990년대 초반 어린 시절 내전을 겪은 세대라는 것을 알게 되니 숙연해졌다. 

   
▲ 준결승에서 잉글랜드를 꺾고 사상 최초로 월드컵 결승에 오른 크로아티아. /사진=FIFA 홈페이지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비명과 함께 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란 세대가 얼마나 처절하게 운동을 해 월드컵 무대까지 밟게 됐을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6·25를 겪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세대가 분단국의 한계를 딛고 산업의 역군이 돼 얼마나 처절하게 살아오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월드컵은 또한 세계 축구의 흐름에 새로운 참고서를 남겼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하면서 세계 축구는 '티키타카'(짧은 패스 위주로 점유율을 높이는 전술)가 대세가 됐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티키타카의 시대는 저물었음이 드러났다. 원조격인 스페인부터 16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스피드를 앞세운 빠른 공수 전환, 단 몇 번의 전진패스로 슈팅까지 연결하는 간결한 공격, 상대 진영부터 압박을 가하는 수비, 세트피스를 더 많은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계산된 전술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었다. 우승팀 프랑스를 비롯해 4강을 점령한 유럽팀(크로아티아, 벨기에, 잉글랜드)들의 축구가 대부분 그러했다.

월드컵은 끝났고, 다음 대회까지 4년을 기다려야 한다. 2022년 월드컵은 카타르에서 열린다.

한국 축구는 산적한 숙제를 안고 러시아에서 돌아왔다. 무엇이 부족하며 왜 실패했는지는 다 알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채워야 하며, 실패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철저한 반성과 개혁·개선의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축구협회와 일반 팬들의 인식에 괴리가 느껴지긴 하지만, 배를 짊어지고 산으로 갈 지경이 아니라면 공통된 목표를 바라보고 소통하며 한국 축구의 발전이나 도약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좋은 감독도 모셔야 하고, 선수들은(대표팀에 함께하지 못한 선수들, 차세대 주역이 될 선수들 포함) 다음 월드컵을 위해 꿈과 기량을 더 키워야 한다. 그렇게 다음 월드컵까지 4년을 알찬 시간들로 채워나가면 독일전에서 엿보였던 한국 축구의 희망은 점점 몸집을 불려나갈 것이다.


[기우(杞憂)]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처음으로 여름철이 아닌 겨울에 열리기로 결정됐다. FIFA는 카타르의 여름철 살인적인 더위를 고려해 2022년 11월 21일 개막해 12월 18일 결승전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한국이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해 카타르 월드컵에 간다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 바, 한 가지 걱정이 생긴다. 손흥민도 있고 조현우도 있고 이승우도 있고 이강인도 있으니 카타르에서 한국은 조별리그쯤 가볍게 통과해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12월에도 한국팀 경기를 한다는 얘기인데, 길거리 응원은 어떻게 할까. 시차를 따지면 경기 시간은 한밤중이 될텐데 초겨울 추운 날씨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러 나갈 수 있을까.

쓸 데 없는 걱정이다. 한 마음 한 뜻이면 차가운 날씨가 대수겠는가. 그 겨울, 촛불 하나 들고 꽁꽁 언 광장을 꽉 채우며 밤새 마음을 하나로 모았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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