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서울역~용산역 철로 지하화한 뒤 지상은 공원과 MICE 시설 유치"
청사진 공개 이후 호가 오르고 매물 자취 감춰…한 주택 경매에는 105명 몰려
   
▲ 박원순 서울시장의 ‘2030서울플랜’ 발표 이후 서울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펄펄 끓고 있다. 왼쪽 하얀색 빌딩이 LS타워(옛 국제빌딩)이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아파트값 호가가 1주일 만에 1억원 넘게 올랐고, 그나마 나오던 매물도 자취를 감췄어요”

19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변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대표의 설명이다.

용산 아파트값이 펄펄 끓기 시작한 것은 1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 밝힌 ‘2030서울플랜’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박 시장이 밝힌 '2030서울플랜'은 여의도를 업무와 주거가 어우러진 신도시급으로 재개발하는 것. 공원과 커뮤니티 공간을 보장하면서 건물의 높이를 높이고, 일대 아파트의 재건축 방향도 이 계획과 연동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용산에는 광화문광장에 버금가는 대형 광장과 산책로를 만들고, 서울역~용산역 구간 철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와 쇼핑센터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연말께 나올 예정이지만 부동산 시장은 이미 달아오르고 있다. 

한강로변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의 용산 개발 청사진이 공개된 이후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고, 집주인들은 호가를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 올리고 있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용산역과 인접한 벽산메가트리움 아파트는 일주일 사이 호가가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올랐다”며 “전용면적 84㎡(이하 전용면적) 호가는 12억원 선”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 3월 9억 7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인근 아파트 단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호가가 계속 오르다보니 거래 성사가 어렵다는 게 용산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예로 이촌동 현대한강 아파트 84㎡는 지난달 올해 최고가인 11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1월 9억9000만원에 거래됐던 이 아파트는 이후 8건의 거래가 이뤄졌고, 평균 10억5000만원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호가가 12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용산의 뜨거운 열기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용산구 후암동의 한 단독주택 경매에는 105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서울에서 주거용 부동산 경매에 응찰자가 100명 이상 몰린 건 지난 2007년 송파구 방이동의 다세대 주택(111명) 이후 11년 만이다. 감정가 2억8375만원이었던 해당 주택은 1회차 경매에서 감정가 229%인 6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용산 지역의 개발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아파트 매매와 경매는 물론, 상가까지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며 “하지만 과거 개발 호재로 집값이 급등했다고 떨어졌던 선례가 있는 만큼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용산에서 서울역 일대에 이르는 중구 봉래동~용산구 한강로의 349만㎡ 부지를 대상으로 하는 용산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공고했었다. 용역은 당초 지난 6월 완료 예정이었지만 9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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