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원장 호랑이 아닌 이웃집 아저씨 같아"
금감원장-은행장 첫 상견례…웃음꽃 만발
윤 원장, 금융권 신뢰·청년 채용 요청
대출 금리 조작 사태 조사 등 견제 발언도…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식사하며 간담회를 하니 분위기가 좋았다. (윤석헌 금감원장)호랑이 아저씨가 아니고 마치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은행장들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얘기했다.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함께 이야기할 것이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23일 오후 9시경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의 첫 공식 회동을 마치고 전한 소감이다.

이날 김 회장을 비롯해 위성호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등 22개 은행장들은 오후 7시께부터 서울시 중구 소재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 모여 약 110분간 간담회를 치렀다.

만찬 메뉴는 코스식으로 식사는 짜장면과 짬뽕, 주류로는 와인이 제공됐다. 평범한 듯한 자리지만 밤이 늦도록 '위하여' 소리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첫 회동은 성공적이었다.

이날 윤 원장은 22개 은행장들의 건배사를 모두 들었다. 건배주로는 칠레산 와인 '1865 싱글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이 함께 했다. '오늘을 위하여' '금감원장을 환영합니다' 등 은행장마다 개성 있는 건배사로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이른바 '호랑이 원장'이라 불리는 윤 원장과 은행권과의 첫 상견례라는 점에서 금융권에서는 이날 낮까지 은행장들이 이번 자리를 불편하게 여길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은행권 채용 비리 사태, 대출금리 산정 오류 논란 등 화젯거리가 많은 것도 현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하지만 이날 현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금리산정체계 합리화나 지배구조 개선 등 과거의 실수에 대해 꾸짖기보다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당부한 탓인지 간담회가 열렸던 뱅커스클럽 꿩의바람꽃 홀에는 늦저녁까지 은행장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첫 만남 자리의 특성상 '눈치 보기'도 있었겠지만 문밖에 서 있는 현장 관계자들 또한 예상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 원장은 귀가 직전 일렬로 서 있는 은행장들에게 일일이 악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6월 서울시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금융협회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간담회 종료 후 윤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첫 만남에서 어떤 말을 했냐'는 질문에 "은행권이 금융권의 맏형인 만큼 자금중개 기능 활성화 역할과 신뢰 확보를 위해 애쓸 것을 당부했다"고 답했다.

행사 초반 "쓸모 있는 금융, 도움이 되는 금융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건넨 것과 연장선상 발언이다. 그는 현장에서 중소기업과 혁신 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중개 기능 활성화, 저신용·채무 취약계층 배려와 청년 일자리 창출 노력 등도 요청했다.

이날 상견례 자리가 특별했던 것은 윤 원장이 지금껏 보여준 '호랑이 원장'과는 다른 이미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일 발표한 '금융감독 혁신 과제'에서 대출금리 산정 오류 관련 경영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재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뒤 "금융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금융사들과 전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발언해 금융계를 긴장케 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금융권의 워치독(WatchDog)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호랑이 인상'만 없었지 그는 이번 자리에서 할말은 모두 남기고 떠났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 부활 등을 골자로 한 '금융감독 혁신 과제'에 대해서 은행권이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대출 금리 산정 오류와 관련한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전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