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영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가까스로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2014년 뉴욕공항 램프리턴 사건 이후 4년만에 청구된 구속영장이 전날 검찰에서 기각된 것이다. 

한진그룹도 ‘총수일가 구속’ 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영장이 기각된 날까지도 한진일가의 추가 의혹이 제기되는 등 썩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오너일가가 물러날 때 까지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이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았지만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사실 조현아 전 부사장에 밀수와 관세포탈 혐의를 적용한 관세청의 구속영장은 검찰 기각 전부터 과정에 석연찮은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우선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 폭행’과 모친 이명희씨의 밀반입 의혹으로 촉발된 것이다. 대외적으로 11개 사정기관이 경쟁적으로 조사에 나서자 이번엔 조 전 부사장이 피의자로 지목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가 해외에서 ‘밀반입’했다던 물품도 대부분 의류와 아이들 의류, 장난감과 문구류 등으로 수십억대를 호가하는 사치품이 없다. 이 또한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외출이 어려웠던 사정으로 2015년 이후 반입한 물품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부사장이 올 초 이사 등의 이유로 보관하던 물건을 협력업체 대표에 보낸 점이 증거인멸 의혹을 받은 점도 억울한 부분이다. 

정작 관세청이야 말로 수 차례 압수수색 및 조사를 통해 자료를 확보해놓고도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에 조 전 부사장이 역으로 의문을 제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동안 한진그룹 수사를 살펴보면 사실상 죄목만 다를 뿐이지 오너일가를 차례로 압박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앞서 조 회장·이명희 씨·조 전 전무에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까지 한진일가에만 총 5번의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모두 기각된 점이 그렇다.

대한항공 직원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한진일가 수사’에 대한 피로도는 이미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미 한진그룹은 국내 언론을 통해 부정·부패 사건이 대서 특필돼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뚜렷하게 드러난 죄는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법은 ‘불구속 기소’를 원칙으로 한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구속기소를 할 수 있다. 물론 법원의 판단에 따른다. 그렇다면 구속이 필요한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앞뒤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과도한 구속영장 청구는 사법당국에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향후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수사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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