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다 잡았던 경기를 또 놓쳤다.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또 블론세이브를 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24일 NC 다이노스와 사직 홈경기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아쉬운 패배였다.

0-1로 끌려가던 롯데는 5회말 번즈의 투런홈런으로 2-1 역전을 했다. 타선이 전반적으로 침체해 이 홈런 외에는 점수를 뽑지 못했지만 선발 듀브론트가 7이닝을 1실점으로 막는 호투를 펼쳐 8회까지 리드를 이어갈 수 있었다.

손승락은 8회초 2사 1, 2루 위기에서 일찍 구원 등판했다. 첫 타자 권희동을 2루수 실책으로 내보내 만루로 몰렸지만 김성욱을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잡아내 실점 없이 8회는 넘겼다.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은 투아웃까지 잘 잡은 다음 노진혁 이원재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2-2 동점을 내줬다. 블론세이브였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결국 손승락이 경기를 마무리짓지 못한 롯데는 연장으로 승부를 넘겼고, 12회초 1실점해 힘만 쓰다가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물론 이날 롯데의 패배 책임을 손승락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12회까지 7안타로 2점밖에 뽑지 못한 타선, 손승락이 8회부터 등판해 공을 33개나 던져야 했던 상황 등이 맞물렸다.

하지만 역시 손승락이 팀 승리를 지켜줘야 하는 경기였다. 1점 차 박빙의 리드였고, 8회 위기는 잘 넘겼지만, 마무리투수의 숙명은 경기를 끝내주는 것인데 손승락은 블론세이브를 하고 말았다.

손승락은 올 시즌 33경기에 등판해 1승 4패 12세이브, 평균자책점 5.18을 기록하고 있다. 마무리 투수의 평균자책점이 5점대나 된다는 것, 경기 후반을 믿고 맡기기 힘들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12세이브를 올렸는데, 블론세이브는 6차례나 기록했다. 

심각한 문제다.

당초 무난한 5강 후보로 꼽혔던 롯데가 39승 2무 52패로 승패 마진 -13이나 되며 8위로 처져 있고, 이제는 9위 kt 위즈에도 반게임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롯데의 이런 부진은 손승락의 잇따른 결정적 블론세이브에서 비롯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 마무리투수로서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던 손승락은 5월 29일 LG와 사직 홈 3연전 첫 경기에서 팀의 3-2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3실점이나 하며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롯데는 3-5로 역전패했다.

이 충격의 영향으로 롯데는 다음날 LG에 5-15로 대패했다. 그리고 31일 LG와 3연전 마지막 경기, 10-7 리드를 지키기 위해 9회 마운드에 올랐던 손승락은 또 다시 4실점이나 하며 무너져 10-11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불렀다.

구위 저하에 멘탈마저 붕괴된 손승락은 6월 1일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열흘간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열흘 후 복괴한 손승락은 다시 맞은 세이브 기회였던 13일 사직 삼성전에서 9-8의 리드를 못 지키고 9회 동점을 허용했다.

이렇게 3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손승락은 이후 세 차례 구원 성공을 하긴 했으나 24일 NC전까지 세 차례 더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시즌 블론세이브가 6개로 늘어났다.

손승락이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5월 29일부터 롯데는 43경기를 치러 16승 2무 25패로 승률이 3할9푼밖에 안된다. 이 기간 손승락은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8.16나 됐다. 

선발과 불펜이 모두 기복이 심한데다 타격은 어차피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꼭 이겨야 하는 경기마저 뒷문 단속이 안돼 심심찮게 내주니 롯데는 치고 올라갈 힘이 없다.

8위 롯데는 5위 넥센과 5게임 차로 아직 가을야구 희망을 접을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24일 NC전과 같은 경기를 해서는 희망을 갖기 힘들다.

롯데는 마무리투수 자리를 두고 '포스트 손승락'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더 미룰 수 없다.

물론 손승락은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 마무리투수다. FA로 이적한 2016 시즌 20세이브(평균자책점 4.26)로 주춤했으나 지난해에는 37세이브나 올리며(평균자책점 2.18) 구원왕에 올라 완벽하게 부활했고, 롯데가 5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적잖은 나이(36세)와 구위 저하에 자신감마저 떨어져 올 시즌 남은 경기는 물론이고 내년 시즌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올해 롯데가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지는 더 두고봐야겠지만, 내년에도 시즌은 계속되고 마무리투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포스트 손승락'을 준비하지 않으면 더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는 거인 군단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