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인 놓고 SK건설 "범람" vs 한국서부발전 "침하"
한국업체 신인도 하락 불가피…해외 수주전선 '빨간불'
[미디어펜=홍샛별 기자]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중인 대형 수력발전댐 일부가 붕괴되면서 물이 인근 마을을 덮쳐 수백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을 높고 서로 다른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부실시공은 물론, 시공사의 미흡한 대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번 사고로 국가 신인도 하락과 함께 해외건설 수주전선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SK건설과 외신보도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 시간) 오후 8시께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 세피안-세남노이 수력 발전 댐의 보조 댐이 붕괴했다.

수력 발전 댐은 SK건설과 서부발전 등이 컨소시엄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지난 2012년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 태국 RATCH, 라오스 LHSE 등 4개 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수주했다. 지분은 시공사인 SK건설 26%, 한국서부발전과 태국 RATCH가 각각 25%, 라오스 LHSE가 24%를 보유하고 있다. 총 사업비 10억 달러이고, 이 가운데 공사비가 7억1600만 달러다. 

라오스 수력발전소는 크게 세피안, 세남노이 등 본 댐 2개와 5개의 보조 댐으로 이뤄져 있다. 발전용량은 410MW 규모다.

댐이 준공되면 최대 690m에 달하는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 생산 전력의 90%를 태국에 판매하고 10%는 라오스 내수용으로 사용키로 예정돼 있다.

SK건설은 가뭄 등에 대비하기 위해 당초 공사 기간보다 4개월 앞당겨 지난해 4월 댐을 준공하고 담수를 시작했다. 현재 댐 전체 공정률은 92.5%이고, 내년 2월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네 번째 보조 댐에서 쏟아진 물이 댐 아래 위치한 6개 마을을 휩쓸었고, 이로 인해 수백명의 실종자(사상자 포함)가 생기고 약 66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라오스 정부는 한편 피해 지역을 긴급 재난 구역으로 선포해 구호에 나선 상태다. 

   
▲ 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 세남노이댐 전경. /사진=SK건설 제공

◇댐 왜 붕괴됐나…천재지변 아니면 부실시공?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붕괴 사고의 원인을 두고 아직까지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라오스 현지에서는 댐이 '붕괴(collapse)'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SK건설은 일반적인 형태의 붕괴는 아니며 집중호우로 범람해 사태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수일 간 내린 집중 호우로 본 댐 2개(세피안·세남노이)와 보조 댐 5개 중 한 개에서 유실이 발생했다는 것이 SK건설의 주장이다. 폭우로 인한 보조 댐 범람이라는 것. 

평년보다 3배 이상 많은 집중 호우가 내린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SK건설의 주장대로 천재지변이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설계와 부실 시공에 의한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발전소 운영을 맡은 한국서부발전은 "폭우로 인한 보조댐 붕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부발전은 25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라오스 세남노이 보조댐 붕괴 경과 보고'를 통해 "지난 20일 댐 중앙에 약 11㎝의 침하가 발생했고, 22일에는 댐 상단부 10개소에 균열 침하가 발생해 복구 장비를 수배했다"고 밝혔다.

이는 SK건설의 설명과는 결이 다른 것으로, 서부발전의 설명대로라면 댐 건설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고 직후 라오스통신(KPL) 등 현지 언론과 다수 외신들이 '붕괴'라는 표현을 사용해 사고를 보도하고 있는 점도 서부발전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기지개 켜려던 해외건설 수주전선 '빨간불’

사고 원인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오더라도 향후 해외건설 수주에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공상 하자로 판명될 경우 신인도 하락은 물론 타 건설사의 해외 수주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자연재해로 인한 불가피한 사고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도출되더라도 '건설 코리아' 위상의 추락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치열한 수주전에서 경쟁사들이 괴소문을 퍼뜨리는 등 악재를 이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연도별 해외건설 수주실적 추이/자료=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종합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25일 기준 올해 해외건설수주액은 185억893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165억4500만달러) 대비 12% 증가했다. 

그 동안 해외수주 텃밭 역할을 해왔던 중동에서의 수주가 20억달러 이상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시아 지역의 시장개척의 힘이 컸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국제유가 회복에 힘입어 알제리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쿠웨이트 등 북부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되면서 국내 건설업계도 수주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상황.

하지만 이번 사고 여파가 당사자인 SK건설은 물론 다른 건설사들에게도 미칠 공산이 높아진 것이다.

대형건설사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실무팀장은 "라오스 댐 붕괴는 귀책 여부에 따라 시공사에게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더 큰 문제는 해외 경쟁국이나 경쟁사들이 이번 사고를 들먹이며 한국 건설사들을 수주전에서 배재시키려는 노골적인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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