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열 교수 "시장집중 자체로 좋고 나쁨 판단 불가능"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시장집중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므로,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인위적인 시장집중 억제책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주진열 부산대 교수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토론회'에서 "지금 같은 경제력 집중 억제책이 타당한지 근본부터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 교수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태스크포스(TF) 개편 논의 결과 △기존 순환출자 해소·규제 △지주사 제한 △총수일가 기업집단 거래규제 강화 △기업집단 공시에 해외계열사 포함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공익법인 규제 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경제력 집중 억제를 이유로 재벌 및 대기업집단을 규제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으로, 경제력 집중의 의미·규제 필요성 여부·경쟁제한성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주 교수는 "37개 대기업 집단이 망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등 사라지면 국내 경제력 집중은 낮아지지만 고용·소득이 낮아진다"며 "삼성이 베트남·쿠바로 이전하면 해당 국가 경제력 집중이 높아지지만 오지 말라고 하기는 커녕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시장 집중도는 0.14로 독일·프랑스·일본·중국 등의 국가보다 높다"면서도 "아르헨티나·파키스탄·그리스·우간다 등 경제가 어려운 국가들도 저들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토론회'에서 주진열 부산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대한상공회의소


그는 "부당한 정치영향력 행사는 관련 법령으로 제재할 문제이며, 정치적 영향력은 대기업 집단보다 노조·중소기업·소상공인이 더 크게 행사한다"며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경쟁법을 통해 규제하는 나라는 없으며, 지배구조 역시 정답은 없다"고 꼬집었다.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유럽·미국은 이에 대해 공시하라는 법 자체가 없다"며 "순환출자는 경영권 방어·내부 파이낸싱을 통한 기업 확장 등의 장점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무조건 단점만 말한다"고 힐난했다.

토론자로 나선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기업집단의 장점과 단점을 잘 구분해 장점 극대화 및 단점 최소화를 돕는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획일적 규제보다는 기업 특성에 맞는 규제 수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공익법인 설립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 권장사항으로, 의결권 행사 제한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정보공시의 경우 기업 영업비밀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백홍기 현대경제연구원 이사·조성봉 숭실대 교수 등도 공정거래법 개편안 논의과정 및 이에 담긴 문제점들을 언급했다.

   
▲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백홍기 현대경제연구원 이사·조성봉 숭실대 교수·신현윤 연세대 교수·주진열 부산대 교수·신영수 경북대 교수·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국장이 토론에 임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에 대해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경제력 집중 문제에 대해 시장집중 측면만을 강조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경제력 집중 억제 수단의 제도적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일감몰아주기·계열사간 지원행위·차별취급 등의 이슈를 꼽았다.

신 교수는 "우리 사회는 성과의 효율성 못지 않게 분배적 정의 및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고, 경제적 강자가 사회·윤리적 책임을 다할 것을 강조한다"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시된 권고안 상당수는 규범적 내지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신봉삼 공정위 국장은 "국내 대기업 집단의 산업집중도는 49%에 달하며, 자산총액은 우리 국내총생산(GDP)를 넘었다"라며 "총수 일가는 4% 지분으로 그룹 전체 뿐 아니라 민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국장은 "이 과정에서 대기업 집단의 부실화가 국민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으며,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의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며 "IMF 때 상법을 개정하는 등 많은 장치를 도입했지만 별로 작동되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공정위가 대기업 집단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업집단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부당한 방식으로 커나가는 것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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