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영화 '인랑'서 인간과 늑대 사이 선 특기대원 임중경 역 맡아
"원작 팬들 걱정 이해해… 원작 캐릭터에 가깝게 표현하려 노력했죠"
"정우성과 호흡 만족스러워…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고 싶어요"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대사도 없는데 고민이 많은 캐릭터는 쉽지 않은데요. 이번 작품은 감정을 숨기는 캐릭터의 끝판왕이다 보니 처음부터 각오를 했어요. 혼자서만 감정 표현을 안 하면 내 캐릭터가 이상해지진 않을지, 내가 별로로 보이진 않을지 고민하게 되거든요."

'인랑'은 인간 병기 인랑 역을 맡은 강동원(37)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웬만한 조연 배우들보다도 말이 없다. 8년 전 남파 공작원으로 등장했던 '의형제'(2010) 때와 같다. 한 번 경험해봤으니 익숙할 법도 한데, 모든 감정을 감춘 인랑의 무채색 표정은 답답하기만 했단다.


   
▲ 배우 강동원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 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작품.

특기대원 임중경으로 분한 강동원은 인간 병기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늑대의 가면 뒤로 인간의 마음을 감춘, 한국 영화 초유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30kg이 넘는 강화복을 착용하고 선보이는 묵직한 액션도 '인랑'의 백미다.

"한국에서 배우들에게 그런 갑옷을 입히고 영화를 만든 적이 없잖아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여성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남성분들은 갑옷, 로봇 같은 것에 대한 로망이 있거든요. '퍼시픽 림'을 보고 열광하는 것처럼요. 또 임중경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김지운 감독님 작품이라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임중경은 말 한마디 없이 눈빛으로 모든 사연을 이야기하는 늑대다. 그는 남북통일을 앞둔 2029년의 혼돈기 열다섯 명의 소녀가 사망한 과천 오발 사태로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고, 임무 수행 도중 눈앞에서 섹트의 폭탄 운반조 빨간 망토 소녀가 자폭하는 모습을 목격한 인물. 소녀의 유품을 전하기 위해 언니인 이윤희(한효주)를 만나고 짐승이 되기를 강요하는 임무와 그녀에게 끌리는 인간의 마음 사이에서 흔들린다.

"원작 팬분들의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 임중경을 최대한 잘 표현하려고 했어요. 원작에 가깝게 캐릭터의 서늘한 느낌을 가져가려 노력했죠."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전설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인랑'은 제작 소식만으로 전 세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실사화가 가장 큰 목표였고, 강동원 역시 캐릭터 표현을 위해 부단히 애썼다.

"운동을 굉장히 많이 하고 촬영을 시작했어요. 임중경은 남성적인 캐릭터라 태닝도 하고 머리카락도 짧게 잘랐죠. 처음 갑옷을 입고 촬영할 땐 걷거나 총을 쏘는 모습밖에 없었는데, 뛰어다니고 치고박고 액션 신이 계속 늘어나더라고요.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근데 사람 몸이 신기한 게 일주일 지나니 적응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그 때만큼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웃음)"

수많은 액션 신에 무더운 날씨까지 겹쳐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요즘의 푹푹 찌는 더위가 촬영 당시와 비슷했다는 강동원은 "남산 타워 신을 촬영할 때가 9월이었는데, 엄청 더웠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 배우 강동원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온몸을 강화복으로 가린 캐릭터의 특성상 강동원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그런데 강동원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도 표정 연기를 감행해 김지운 감독을 썩 감동시켰다.

"손 연기를 한다고 할 때 손으로만 표현하려고 하면 잘 안 돼요. 얼굴이 안 나오더라도 감정을 갖고 표현해야 하죠. 그래서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갑옷을 입고도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또 가면을 쓰고 클로즈업 장면을 찍을 땐 상황과 감정에 맞게 고개를 들썩거렸어요. 헬멧이 들리면 눈이 살짝 가려지는데, 그걸 이용해 어떻게 눈을 보이게 할지 고려하며 연기를 했어요."

임중경이 특기대 훈련소장 장진태(정우성)와 강화복을 착용하고 싸우는 장면도 강렬하다. 강동원은 "두 인물이 강화복을 입고 싸우는 장면은 촬영 한두 달 전에 결정이 났다"고 촬영 비하인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우성 선배와 호흡은 잘 맞았고요. 워낙 신선한 조합이라 즐겁게 찍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좋은 작품으로 함께 하고 싶어요. 무거운 옷 입고 하는 거 말고.(웃음) 총이든 칼이든 무기를 들고 액션물을 다시 한 번 찍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 배우 강동원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 배우 강동원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강동원은 '인랑' 홍보 일정을 마치는 대로 첫 할리우드 진출작 '쓰나미 LA' 촬영에 돌입한다. 포화 상태에 접어든 한국영화 시장 상황을 염두에 둔 그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활로를 찾을 예정이다.

"9월 말에 촬영이 들어갈 것 같아요. 한국과 미국의 감정 표현이 다르다 보니 연기 수업도 하고 리허설도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아요. '한국에 있었다면 내가 이런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잘해보려고 해요. 그래야 (한국 배우들의) 활로도 뚫릴 것 같고… 나라 망신시킨다는 이야기는 안 들어야 할 텐데. 조금이라도 국위 선양을 하고 싶어요."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