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원조, 쉬리 우생순 친구 감독 배출, SM JYP YG등 키워내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2014년 6월 초여름 서울. 사방을 둘러봐도 굿 뉴스 하나 시원하게 들려오지 않는다. 총리 후보 역사관이 어쩌네 하며 티격태격하는 일상사도 몹시 짜증스럽다. 한국인 된 도리로서 노상 마주쳐야 하는 지도층 대립, 각축, 범실, 구태, 오만, 결탁도 이젠 정말 신물 난다. ‘공직의 무능, 그 끝은 어디인가’라고 쏘아붙이는 언론도 밉다. 권언유착하고 관피아 뒷배 봐줄 때는 언제고 순백의 천사로 개과천선했나? 이런 대한민국 주전들은 아무리 봐도 좀 이상하다. 스타나 리더는커녕 국민 밉상들로 무너진 이들 지도층 1진들을 대거 교체할 때가 왔나 보다. 
 

우선 미디어산업 월드컵 본선 한 복판으로 들어가 본다. 당장 귀한 교체 카드 한 장을 삼성영상사업단으로 내밀고 싶다. 1999년에 그라운드를 떠난 삼성영상사업단을 다시 불러 출전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이 사업단은 전설의 창조경제였다. 영화와 비디오, 음악, 케이블TV 등 4개 부문에서 한강의 기적 II를 절반쯤 일으키다 퇴장한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 최초 기획영화 <결혼이야기, 1992> 투자부터 시작해 한국판 할리우드 모형을 개간해나갔다. 기념비적 코리안 블록버스터 <쉬리, 1999>까지 띄워 놓았다. 가수 이효리, 엄정화도 삼성뮤직(삼성영상사업단)에서 길러냈다. 비디오 부문은 대우와 함께 한 때 4만개를 헤아렸던 비디오 대여점이라는 업태를 평정했다. Q채널로 개시한 케이블TV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화 선발대였다.
 

삼성영상사업단은 재벌 자신에게도 가차 없는 창조적 파괴였다. 당시 경제관념조차 없이 암흑기를 헤매던 충무로 영화 바닥 비정상을 단숨에 정상화시키는 과정은 진흙탕 그 자체였다. 뒷골목 어깨들까지 뒤엉킨 자중지란에 날카로워진 영화판에 기획과 경영, 관리, 비즈니스, 시스템 개념을 들여 개조시켜 나갔다. 변혁을 하려니 마케팅하고 돈만 세고 있을 순 없었다.

삼성맨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창작, 예술을 위해 서울단편영화제 같은 결정적 한 수를 두어 젊은 영화인들 생산력에 불을 지폈다. <우생순>의 임순례감독, <친구>의 곽경택감독, <여고괴담> 박기형감독도 콘텐츠 벤처로 인큐베이팅된 창조 영웅들이다. 이렇게 낮은 데로 임하고자 했던 노력이 훗날 부산국제영화제 성공과 한국영화 중흥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 삼성영상사업단은 90년대 창조경제의 화신이었다. 삼성 신경영의 첫 창조물들을 대거 내놓았다. 음악 영화등에서 한류스타와 감독을 배출하는 토양이 됐다. 한강의 기적2의 반쯤을 만들다가 퇴장했다. 전설이 된 미디어영상분야의 최고의 공격수 삼성영상사업단을 다시 출전시켜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관심을 갖고 추진했으면 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이돈주 사장이 애플 아이패드 대항마로 개발한 갤럭시 탭S를 설명하고 있다.

음악도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라는 삼성 마중물 덕에 SM엔터테인먼트, JYP, YG엔터테인먼트가 한류 선봉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강남스타일>, <별그대>라는 국화 한 송이 피우기 위해 20년 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다는 증언이다. 

그랬던 풍운아가 딱 5년 만에 경영의 실패로 판을 접고 말았다. 마에 킨(거래 전 뒷돈을 뜻하는 일본말)으로 상장되는 음악, 영화산업의 해묵은 악습을 거부하지 못한 삼성의 모순이었다. 정도경영을 사시로 삼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비자금으로 악순환 되어 돌아오는 부패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사업철수라는 극약 처방을 단행해야만 했고. 이런 적폐라는 덫에 걸려 한국 미디어산업 전설의 스트라이커는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이제 15년이 흘러 삼성영상사업단을 다시 생각한다. 국가전략으로 삼은 창조경제를 봐도 매우 안타까운 상황을 맞고 있어서다. 역전극이라는 짜릿한 드라마를 불러올 절호의 기회를 취해야 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2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부터 둘러 보자. 삼성전자와 디즈니 마블은 영화·디지털콘텐츠·제품 개발·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독특하고 창의적인 경험을 제공키로 발표했다.

첫 결과로 삼성전자 최신 전략 태블릿 ‘갤럭시 탭S’를 통해 마블의 디지털 만화책을 3개월간 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마블 언리미티드’ 서비스를 선보일 거란다. 내년 개봉작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The Avengers: Age of Ultron)’에는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과 콘셉트 기기가 간접광고(PPL) 형태로 나간다. 또 삼성전자와 마블은 최신 영화의 예고편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갤럭시 사용자들에게 먼저 공개하는 등 기술과 창의적인 비주얼 콘텐츠를 결합해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키로 했다.

다음 풍경은 우리 테헤란밸리 쪽이다. 얼마 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TV 기술 및 개발자컨퍼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서 ‘타이젠TV’를 처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이젠 OS(이하 타이젠)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이른바 ‘타이젠 연합’이 개발한 HTML5 기반의 개방형 OS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강요하는 ‘OS 종속’에 대한 저항이다.

하지만 ‘타이젠 연합’ 자체 개발 운영체제(OS)를 지지하는 ‘좋아요’가 너무 초라하다. ‘OS 종속’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기반이 크게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만 키워 놓았다. 삼성과 LG가 앞만 보고 달려 왔지만 핵심 수익원인 운영체제(OS)가 빠진 빈 깡통 폰만 찍어내고 있는 격이다. OS 소프트웨어라는 영혼이 없는 기기는 ‘can business’일 뿐이라는 놀림은 그칠 줄 모른다.
 

게다가 정부가 시작한 창조경제 게임마저 영봉패 수순을 밟고 있다. 전반전도 종반인데 골만 먹고 끌려가는 흐름이다. 숙적 일본에 2:0, 난적 중국에 1:0 쯤 되고 강적 미국에는 5;0 쯤 되는 졸전이다. 통쾌한 골 기다리다 부아가 돋은 국민들 무서워서인지 창조경제 코치들도 싹 다 바꿔버리긴 했다. 이래 놓고도 끝내 영봉패로 마친다면 미래 한국인의 밥상은 절단이지 싶다. 뿐만 아니라 삼성 LG라는 한국 프리미엄 리그 밥상도 보릿고개를 면치 못할 터이다.
 

해서 전설의 공격수, 삼성영상사업단 복원을 주문한다. 항상 승리에 목마른 리더 히딩크 같은 난세의 영웅도 관련 캐릭터로 묶어 퍼뜨려야 한다. 정부는 구글과 애플을 포위할 미디어 플랫폼 전략에 올인해야 한다. 삼성전자도 종업원 수 50%선에 육박한 국내 연구개발( R&D) 인력을 왕창 털어 현장 일선에 배치해야 옳다. 밤낮 기술 관리나 만지지 말고 삼성영상사업단처럼 충무로 여의도 바닥을 구르는 참 일꾼을 우대해야 삼성 LG도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살 수 있다. 
 

우리 국민도 정부나 삼성 LG가 창조적 파괴를 감행하지 않으면 못 배기도록 헝그리 정신을 합창해야 한다. 현실과 기득권 적폐에 탐닉하고 안주하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 외부에서라도 긴장감을 불어넣는 소비자 운동, 미디어산업 이용자 민란이 필요하다. 삼성이 개발자 모임을 운영하며 씨앗을 줍고 있노라 자위한다면 강력 비판해야 된다.

큰 알짜는 디즈니, 타임워너로 돌리는 손쉬운 아웃소싱, 아웃리치를 몇 번 만 더 반복하면 결국 토종 창작자, 개발자 씨는 말라버리고 만다고 각성시켜야 한다. 변두리 클럽 뒤지고 뒤져 엄태웅 누나 엄정화 보석 찾아내던 삼성영상사업단 특공대로 되 살아 나게끔.
 

이재용부회장 자신이 삼성영상사업단 부활 캐릭터 화신이길 바란다. 이 불멸의 사업단이 1995년에 태어나 삼성 신경영 첫 골, 첫 홈런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불안한 창조경영 국면을 뒤흔들 세기의 슈팅이 필요하다. 꽁지머리 하고 을지로 명동 휘젓던 스필버그 아바타들이 창조했던 대한민국 신바람을 다시 찾아 올 때다. 
 

그 느낌 그 정신 살려 구글과 애플 대항마를 스스로 내놓지 못하면 이 변덕 많고 까칠한 미디어산업에서 내일은 없다. 빛 좋은 창조경제 늪에서 기어이 영봉패를 면치 못한다는 직감이다. 속절없이 할리우드에만 키를 넘겨주지 말고 삼성영상사업단처럼 우리 발밑에서 이웃으로부터 영웅을 찾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내 콘텐츠 내 저작권이라는 오리지널리티 없이는 그 누구도 이 험한 미디어세상의 다리가 될 수 없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