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꽃보다 할배 리턴즈'가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tvN '꽃보다 할배'는 2013년 첫 선을 보인 시리즈다. 첫 방송 당시만 해도 파격적이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원로 배우들에 젊은(?) 짐꾼 이서진이 배낭여행을 떠났다. 예능 프로그램에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출연진을 앞세워 해외 여행 프로젝트를 선보였으니 우려가 컸다.

하지만 대성공이었다. 풍부한 인생 경력을 가진 노배우들은 연륜에서 저절로 묻어나는 꾸밈없는 캐릭터로 '직진 순재' 등 각자의 매력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이서진은 스마트한 짐꾼이자 가이드로 탁월한 활약을 했다. 할배들은 유럽으로, 대만으로 여행을 다니며 풍성한 얘기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해서 '꽃보다 할배'는 2014년 시즌 2(스페인 편), 2015년 시즌 3(그리스 편)가 제작됐고 잇따라 호평을 받았다.

시즌 3 이후 3년여가 지나 할배들이 다시 뭉쳐 새로운 여행을 떠났다. 현재 방송 중인 '꽃보다 할배 리턴즈(시즌4)'다. 

   
▲ 사진=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 포스터


그동안 방송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히트 후 형제 프로그램 격인 '꽃보다 청춘'까지 폭발적 사랑을 받자 많은 여행 관련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져나왔다. tvN '신서유기'와 '짠내투어', KBS2 '배틀트립'과 '하룻밤만 재워줘', '거기가 어딘데??', JTBC '뭉쳐야 뜬다', MBC '오지의 마법사'와 '선을 넘는 녀석들', 올리브 '원나잇 푸드트립' 등등. 

미션이 주어지거나 게임을 한다든지, 먹방을 표방한 여행이라든지, 패키지 여행의 묘미를 전한다든지,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본다든지, 출연자들이 직접 여행 계획을 짠다든지, 탐사를 한다든지, 다양한 테마를 동원한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형태는 달랐지만 모두 다 기본 원형은 '여행 예능'이었다.

이런 가운데 '꽃보다 할배'가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왔다.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원년멤버 '꽃할배 F4'에 짐꾼 이서진이 그대로 여행에 참여했고 쉽게 가보지 못했지만 꼭 가볼 만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지는 독일-체코-오스트리아다.

단,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었다. 새로운 할배, 김용건이 추가로 투입된 것이다.

익숙한 소재, 변함없는 출연진에 달라질 것 없는 캐릭터. '꽃보다 할배 리턴즈'가 후발 주자들인 다른 많은 여행 예능과 어떤 차별점으로 다시 사랑을 받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나영석 PD가 3년만에 이 시리즈를 부활시키면서 준비된 카드가 역시 있었다. 바로 김용건의 합류였다.

김용건이 가세함으로써 '꽃보다 할배'는 새로운 추진력을 얻었다. 한국나이 73세의 막내 할배 김용건이 합류해 처음 방송 때보다 5살씩 연세가 높아진 기존 할배들(이순재 84, 신구 83, 박근형 79, 백일섭 75세)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 사진=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 방송 캡처


김용건은 그야말로 '열일'을 하고 있다.

김용건의 대표적인 역할이 '수다'다. 저마다 확고한 철학을 가진 할배들은 주옥같은 말씀들을 곳곳에서 해줘 이 프로그램 자막 담당자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긴 하지만 원년 멤버 4명이 하는 말을 다 합쳐도 신입 막내 김용건 혼자 하는 말에 못미친다.

김용건은 아재 개그를 기본으로 하지만 이미 MBC '나혼자 산다' 출연에서도 보여줬듯 젊은 유머 감각도 과시하고 있다. 과거 추억을 끄집어내 선배 할배들을 말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긴 시간 이동의 지루함을 아무말잔치로 달래준다.

김용건은 패션 리더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김용건의 '패피' 면모는 익히 봐온 바이지만 여행지 패션에서도 그는 단연 눈에 띈다. 과감한 원색 의상도, 꽃무늬 아이템도, '깔맞춤'도 김용건에게는 전혀 무리가 없다. 여행지에서 마주친 한국인 관광객들은 김용건의 패션에 "멋져요"를 연발하며 엄지 척이었다.

선배들과 짐꾼 이서진에 대한 김용건의 배려심도 이들의 여정을 지켜보는 하나의 포인트가 되고 있다. 다리가 불편해 늘 뒤처지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백일섭을 자존심 상하지 않게 챙겨주고, 술자리 밥자리 잠자리에서 선배 할배들이 불편한 일이 없는지 먼저 나서서 살펴준다. 이서진 혼자 너무 많은 일을 해결하느라 쩔쩔 맬 때면 슬쩍 도와주기도 하고, 이서진이 장시간 운전으로 힘들까봐 국제면허증도 챙겨갔다.

이게 다가 아니다. 김용건은 아들인 톱스타 배우 하정우도 이 프로그램에 틈틈이 출연(?)시키며 적당히 양념도 뿌려주고 있다. 아들과 통화를 한다든지, 아들 결혼 문제 등을 화제로 올려 시청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27일 방송된 5회에서는 이서진과 나란히 잠자리에 들면서 하정우 얘기룰 장시간 두런두런 주고받아 하정우 팬들에게 새로운 정보도 많이 제공했다.

첫 방송에서 새로운 막내로 김용건이 등장하자 절망의 눈빛을 보였던 이서진이 여행지에서 김용건을 많이 의지하고 실질적인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제작진 역시 마찬가지로 김용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런 많은 일을 해내면서도 김용건 스스로는 프로그램에 자신이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없어도 기존 멤버들과 이서진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자기가 괜히 끼어든 것이 아닌가 조심스러워했다.

괜한 걱정이다. '꽃보다 할배 리턴즈'는 1회~5회 꾸준히 8~9%대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김용건이 바로 '신의 한 수'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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