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사회부 김동준 기자
[미디어펜=김동준 기자]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구 일본군은 군별(軍別) 갈등과 암투에 매몰된 채 패배했다. 당시 '육군이 건조한 항공모함'의 존재만으로도, 일본군 내 육군과 해군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지휘부가 지리멸렬한 '자존심 싸움'을 하는 동안 전선에 있던 수십·수백만명의 말단 병사들은 연합군의 총과 포탄에 먼지처럼 사라졌다.

얼마 전 전장에서 터져야 할 폭탄이 엉뚱하게도 국회에서 터졌다.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상명하복'으로 대표되는 군의 체계를 의심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계엄 문건'을 놓고 국방부 수장인 송영무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 사이에 벌어진 '설전'은 국민들로부터 '이게 군대냐'라는 조롱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날 회의서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다. 군인으로서 명예, 한 인간으로서 양심을 걸고 답변드린다"던 민 대령은 "9일 오전 간담회에서 송 장관은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검토하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대한민국 대장 마치고 장관하는 사람이 거짓말 하겠느냐"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기무사는 25일 국회 국방위에 문건 하나를 제출했다. 거기에는 송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님.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함.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임'이라고 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야 3교섭단체는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일련의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불현듯 드는 생각. 민심(民心)과 군심(軍心)은 뒷전으로 밀려나진 않았던가. 나라를 지키라고 만든 군대가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며 안도감을 느낄 국민이 어디있겠으며, '전쟁 없는 군대는 정치화된다'는 말 그대로의 모습에 일선 군인들이 느낄 상실감은 얼마나 클까 싶다. 송 장관은 27일 "저는 장관 자리에 연연한다, 이런 건 없다"고 했지만 이미 바닥에 떨어진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펜과 말' 대신 '총과 칼'로 싸우는 군의 모습이 '사치'로 느껴지는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는 위수령 발언 및 계엄령 문건 보고를 놓고 연이틀 '진실 공방'을 벌였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