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공익법인 의결권 한도 5% 제한
전문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하는 나라 없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재벌 총수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국정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제정 된지 38년이 흐른 지금,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개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정 방향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대기업 규제, 독과점규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에 편중돼 있어 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미디어펜은 공정위의 개정안에 포함된 △사익편취규제 적용대상 확대 △순환출자규제 강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제도 강화 △대기업기반 소속 공익법인 규제 △지주회사 제도 개편 등 기업을 옥죄는 개편안에 대해 분석해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공정거래법 개정안 왜 문제인가④]"공익법인 의결권도 제한한다"…'재벌 해체'가 목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금융계열사뿐 아니라 대기업 공익법인의 의결권 한도 역시 5%로 제한하라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총수 일가가 자신들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공익법인을 동원해 왔다고 보고 이를 제한하려는 방침이다.

‘사회공헌’의 일환인 공익 법인을 개혁 대상으로 바라보고 규제를 가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은 기업의 사회공헌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운운하며 의결권을 제한시키는 것은 ‘주주 평등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특위는 지난 20일 대기업 공익법인의 의결권 한도를 5%로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편 최종보고서’를 확정해 공정위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권고안을 바탕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해 8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당초 공정위는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총수일가와 계열회사와의 주식·부동산·상품·용역 거래도 상당하나 내부통제와 시장 감시 장치는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보유 지분에 따른 의결권 제한이 없다. 이후 공정거래법이 통과되면 공익법인의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특수 관계인과 합해 15%, 전체 공익법인 합산 5% 내에서만 의결권 행사만 가능해진다. 

   
▲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해 사회공헌 기관인 공익법인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익법인이 탈법이나 위법을 저지르지 않은 상태에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 교수는 “공익재단이 가지고 있는 주식도 의결권 행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세계 어느 나라도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총수에 대한 ‘반감’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의결권을 행사 못하게 하는 것은 ‘주주 평등주의’에 어긋난다”며 “공익법인 자체가 탈법을 했거나 위법을 했으면 몰라도, 명확한 근거 없이 경제력 집중 억제 등을 이유로 법을 개정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 기업의 사회공헌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 교수는 “사회공헌을 위해 만들어진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 기업의 사회공헌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사회 복지는 민관이 협력해야 하는 것인데, 민간의 재단을 위축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공정위의 칼날이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에만 향해있는 것에 대해 총수의 지배력을 억제 시켜 궁극적으로는 ‘재벌 해체’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인 없는 기업의 수를 늘려 정부의 입맛대로 다루려는 심산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유독 총수가 있는 기업에만 규제를 가하는 것을 보면 정부가 ‘재벌 해체’를 염두에 두고 그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