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화, 중국 수출 물량 확대…공급과잉 심화
철강, 만성적 공급과잉 지속·보호무역 확산 우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철강·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이 미국발 보호무역 확산 등으로 향후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발 공급과잉 지속이 더해지며 추가적인 난항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주요 국가인 인도가 수입 철강제품 대상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2분기 연속 건설·제조 등을 중심으로 경제성장률 7%대를 기록하는 등 철강 수요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외국산 철강재가 유입되자 자국 산업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과 터키 등도 보호무역 장벽을 높임에 따라 인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지역에 수출 비중을 확대해 왔지만 인도가 세이프가드를 적용할 경우 올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업계는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동기 대비 31% 증가한 13억달러 상당의 제품을 수출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조강 수요의 64.0% 가량을 생산하는 중국의 물량 감소 없이는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수출 단가 하락의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왼쪽부터) 포스코·현대제철 현판/사진=각 사


정유업계도 상반기 수출량 신기록을 세웠지만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 몰린 상황에서 중국이 최근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 판매량을 늘렸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 향상·수출지역 다변화·고품질 제품 생산 전략 등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제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올 상반기에 2억3694만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하면서 상반기 수출량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수출액도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수출단가가 높아지면서 같은 기간 32.6% 늘어났다.

국가별로는 중국에 전체의 24%에 달하는 5593만배럴이 수출됐으며, 호주·일본(각 11%) 및 싱가폴·베트남(각 8%) 순으로 집계됐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LG화학 대산공장·에쓰오일 RUC·금호석유화학 고무공장·한화토탈 대산공장 전경/사진=각 사


석유화학업계 역시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화학 시황이 좋아 정유업계 등도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전체 수출에서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자급률이 기존 80%대에서 2020년 90%를 돌파할 경우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 내 화학섬유 설비 증가로 인해 국내 업체들의 생산량과 가동률이 줄어드는 등 다른 산업들도 중국발 공급과잉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산 제품이 높은 가격 경쟁력에도 품질이 낮아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 우위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품질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중국 역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방 압력의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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