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아는 와이프'가 운명 바꾸기 놀이를 시작했다. 지성이 현재 아내 한지민에게 염증을 느끼고 과거로 돌아가 운명을 슬쩍 바꿔놓았다. 첫사랑 그녀 강한나를 아내로 맞이한 것이다.

2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2회에서는 지성이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임슬립해 과거 운명의 날 운명의 순간을 조정, 지금의 아내 한지민 대신 강한나와 사랑을 이루는 과정이 그려졌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흔히 해볼 수 있는 상상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드라마에서 많이 봐온 전개다.

다소 뻔해 보이는 이런 설정에도 '아는 와이프'는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방송 첫 주부터 화제의 드라마로 떠올랐다. 그 원동력은 황당할 수 있는 내용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배우들의 연기력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특히 주연 지성의 폭넓은 연기가 중심에 든든히 놓여 있다.   

   
▲ 사진=tvN '아는 와이프' 방송 캡처


1회 말미에 우연히 손에 넣은 동전(과거로 향하는 통행권 같은 것이었다)으로 차주혁(지성)은 2006년 6월의 특정한 날로 돌아가 대학시절 자취방에서 깨어났다. "어디서 많이 봤던 장면"이라며 과거 그 날의 기억에 사로잡혔던 차주혁은 오토바이와 부딪히는 사고와 함께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꿈을 꾼 듯했지만 손목에 못보던 상처가 남아 있어 의아하게 여겼다.

현실은 짠내 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직장생활, 가정생활 모두 팍팍한 차주혁은 게임에 몰두하는 유일한 취미로 현실 도피를 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아내 서우진(한지민)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중고 직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게임기를 보고 혹한 차주혁은 당장 그날 저녁 만나서 거래할 약속을 잡았다. 

이 약속 때문에 차주혁은 사고를 치고 말았다. 대출 계약 상담 고객이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아 다시 오겠다고 했지만 일 처리가 늦어지면 약속 시간에 늦을까봐 다음날 신분증을 갖고 오라며 임의로 대출 계약 신청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비운 지점장 대신 결제까지 하는 과감한 면모를 보였다. 그렇게 해서 일찍 퇴근한 차주혁은 게임기를 손에 넣고 희희낙락하면서 아내가 모르게 숨겨뒀다.

차주혁이 게임기 때문에 직장일까지 대충 넘기고 있을 때 아내 서우진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하는 마사지샵에서 손님의 안하무인격 언행에 온갖 무시를 당했고, 엄마 집주인의 호출 전화를 받고 달려가서는 엄마가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을 알게 됐다.

엄마를 요양원에라도 모시려면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이 우려돼 잠을 설치던 서우진은 게임기 생각에 잠을 설치던 남편에게 팀장 승진 건을 물어봤다. 차주혁은 확답을 하지 못했고 서우진은 이런 남편이 답답했다. 

다음날 차주혁이 임의 처리했던 대출 건으로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본점에서 갑자기 아침부터 감사가 나왔던 것. 차주혁은 신분증이 빠진 채 승인한 대출 건으로 고객이 일하는 곳을 먼저 들러 신분증 사본을 얻어 급히 은행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감사팀에게 발각된 이후였다. 차주혁은 상사로부터 진급은 물 건너갔다며 시말서나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

걱정을 한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온 차주혁에겐 더욱 최악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감춰뒀던 게임기를 아내 서우진이 발견했고, 화가 나 게임기를 욕조 물속에 담가버렸던 것. 이에 격분한 차주혁은 "비상금 조금씩 모아 몇 년 만에 나한테 투자를 해 산 게임기다. 그게 그렇게 큰 죄냐"고 따지면서 "나도 회사 생활 지친다. 집에 와서 쉬고 싶다. 회사보다 집이 지친다. 고객보다 마누라 상대하기가 더 어렵다"고 아내를 몰아붙이고 집을 나와버렸다.

방황하던 차주혁은 옛 직장동료였던 후배의 집을 찾았다가 자신의 기억 속에는 분명 돌아가신 후배의 어머니가 살아 있는 것을 본다. 이 일로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차주혁은 다시 과거로 통하는 톨게이트로 향해 동전을 던졌고, 2006년 6월 그 날로 다시 돌아갔다. 

그 날은 차주혁이 서우진을 처음 만난 날이기도 했고, 첫사랑 이혜원(강한나)으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은 날이기도 했다. 차주혁은 운명을 바꾸기 위해 서우진이 버스 안에서 성추행을 당할 때 개입하지 않고 모르는 척했고, 이혜원을 만나 사랑 고백과 뽀뽀를 받았다.

잠에서 깬 차주혁, 그의 곁에 잠자는 아내는 서우진이 아닌 이혜원이었다. 그렇게 차주혁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운명과 아내를 바꿔놓았고, 서우진은 차주혁의 아내이자 생활고에 찌든 모습이 아니라 더 예뻐지고 밝아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지성은 단 2회만에 차주혁이란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축했다. 직장에서 일하거나 선배 후배를 대하는 모습은 흔히 보는 직장인이었고, 집에서 아내와 티격태격할 때는 흔히 보는 남편이었다. 게임기에 목매달 때는 흔히 보는 찌질남이었고, 과거 첫 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할 때는 흔히 보는 순정남이었다.

지성의 이런 연기 내공이 없었다면 '아는 와이프'는 이전 많이 봐왔던 타임슬립 소재 드라마와 별다른 차별성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지성과 연기 호흡을 주고받는 한지민 등 다른 배우들의 호연도 드라마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지성은 바뀐 아내 강한나와 어떤 결혼생활을 보여줄까. 다시 만날 것이 뻔한, 아내 아닌 한지민과는 어떤 일로 엮일까. 이런 궁금증을 유발함으로써 '아는 와이프'는 흥행작으로 향하는 첫발을 성큼 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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