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말 한마디, 발걸음 하나하나는 대권을 향한 용틀임일까. 그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만 다소 섣부른 관측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비대위를 성공적으로 하게 되면 직접적으로 당에 개입하는 일은 없겠지만, 한국정치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 비대위원장은 과거 비대위 체제와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영수회담을 제안하는가 하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면서도 '박정희 신화'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천권이 없는 대신 당협위원장 교체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자기 세력'을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읽혔다.

거기에 김 비대위원장의 과거 이력도 '대권 도전설'에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이해찬 의원은 지난달 23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에 함께 몸담았던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 "정치 욕심이 있다. 지난 2007년도에 대선에 출마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며 "우리 당에선 경선을 해야 하니 다른 그룹을 만들어서 하려고 했었다"고 회상했다.

이 의원의 말처럼 2007년은 김 비대위원장에게 있어 격동의 시기였다. 그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등과 영남권 중심의 '정책신당'을 만들어 대선에 나서려 했지만, 이 전 총리가 직접 대선에 출마하는 등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뜻을 접은 바 있다. "장수가 가치와 명분이 있으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가슴 한쪽에서 일어나고 있다"던 김 비대위원장의 당시 발언이 힘을 잃는 순간이었다.

이를 관망한 정치권 유력 인사들은 다시금 정치 일선에 나선 김 비대위원장에게 '욕심'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민주평화당 소속의 박지원 의원은 지난 3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총리 제안을 받은 것, 비대위원장이 되고 나서 국가주의, 국민중심성장론 등 메시지를 던진 것은 친박과 비박 모두를 안고 가려는 대권 행보"라고 평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 본인은 이러한 해석을 부인하고 나섰다.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겠다던 그는 지난 3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대권 도전의) 욕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행동반경을 줄이자는 술수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당 한편에선 김 비대위원장이 대권을 노릴 만큼의 내부 기반이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비대위 준비위원장을 역임한 안상수 의원은 지난 2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권에 도전할) 인적 구성이 주변에 없을 것"이라며 "본인이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첫 현장행보에 나섰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