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미스터 션샤인'의 극 전개가 궤도에 올라섰다. 조선 말기 격동의 시대를 산 다양한 인간군상의 이야기. 출연자 개인별 에피소드를 하나씩 떼어놓아도 한 편의 드라마 소재로 충분할 것 같은데, '대작'답게 이 복잡하게 얽힌 서사가 점점 큰 줄기를 중심으로 정리되면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가고 있다.

tvN 토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5일까지 총 24회 가운데 10회가 방송됐다. 

'미스터 션샤인'은 빅히트 드라마 제조기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 이어 김은숙 작가가 이응복 PD와 다시 손잡고 내놓은 야심작이다. 출연 인원 연 1만명, 세트 규모 8천평에 총 제작비가 4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대작이다.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변요한 김민정 등 호화 주연진에 연기파 배우들이 셀 수 없이 등장한다. 

기대대로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세다. 첫 방송부터 8.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높은 시청률로 출발했고,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10회 시청률은 13.5%를 기록했다.

사실 '미스터 션샤인'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됐다. 김은숙 작가-이응복 PD 콤비가 다시 뭉쳐 선 굵은 작품을 내놓았으니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민감한 역사적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역사 왜곡 우려도 있었다.

무엇보다 남녀 주인공을 맡은 이병헌과 김태리의 '나이 차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강했다. 두 사람의 실제 나이 차이는 스무살(이병헌 1970년생, 김태리 1990년생)에 이른다. 드라마 상에서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김태리가 갓난아이였을 때 이병헌이 10살 전후 나이로 미국으로 도망을 갔으니 열살 가까이 나이 차가 난다. 

배우 경력으로 봐도 데뷔 28년차 베테랑 이병헌과 영화로 데뷔한 지 4년차밖에 안되고 드라마는 첫 출연인 김태리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극 초반만 해도 둘의 이런 나이 차로 인해 러브라인이 형성되는 데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회를 거듭하면서, 이병헌과 김태리 사이 감정선이 뚜렷해지면서, 나이 차로 인한 논란은 많이 사라졌다. 즉, 두 사람이 '러브(LOVE)'하는 모습이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게 된 것이다.

   
▲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 캡처


그 이유는? 물론 연기력 때문이다.

이병헌은 '명불허전' 이병헌이었다. 이병헌이 조금이라도 더 젊어 보이려고 외모에 특히 신경 쓴 흔적은(실제 얼마나 노력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병헌은 그냥 유진 초이다.

부모를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을 미국으로 내쫓은 조선으로 돌아와 원수들을 분노에 찬 눈빛으로 쏘아볼 때도, 김태리를 향해 애정 포함 여러 의미가 담긴 애절한 눈빛을 보낼 때도, 아역배우와 유치한(순진한) 농담을 주고받을 때도, 그는 유진 초이 그 자체였다. 살짝 흔들리는 눈동자 하나로도 많은 것을 얘기할 수 있는 배우이기에 이병헌은 스무살 어린 김태리와 투샷으로 '숨멎 장면'을 연기하면서도 나이 차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김태리가 이렇게 큰 폭의 연기력을 품은 배우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도 놀랍다. 김태리는 단아하게 앉아 서책을 볼 때나 가마를 타고 갈 때면 양갓집 애기씨였고, 총을 들고 표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거나 담장 위를 달릴 때면 의병이었고, 이병헌과 '러브'를 하며 '허그'를 할 때는 사랑스런 여인이었다.

더군다나 김태리가 감정으로 얽혀 있는 상대역이 이병헌 한 명도 아니다. '애기씨 바라기'인 유연석에게는 연민을 느끼면서도 총을 맞는 피해자와 뺨을 때리는 가해자의 양면성을 보여줘야 한다. 철없는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속깊은 정혼자 변요한을 매몰차게 몰아붙이며 파혼 통보를 할 때의 표정 연기는 또 어땠나. 김태리가 어느 한 면이라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면 시청자들은 실소를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김태리는 고애신 역으로 연이어 감탄사를 이끌어내고 있다.

9회 방송에서 김태리는 이병헌에게 "불꽃처럼 살고 싶다"고 했다. 10회 방송에서 김태리는 '미스터'와 '션샤인' 영어 뜻을 모두 익혀 '미스터 션샤인'이라고 읊조렸다. 이병헌은 이제 김태리의 가슴 속에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완전체가 됐고, 그럼에도 김태리는 불꽃처럼 살아가야 한다. 도깨비와 도깨비신부 못지않은, 새로운 김은숙표 커플 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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