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2분기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정세 영향을 본토인 미국보다 더 많이 받고 있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에 적신호가 켜진 데다, 기타사업 전반적으로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어닝 쇼크’에 대한 예상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2분기까지의 국내 증권사들 실적만 보면 이와 같은 예상이 다소 의외로 다가온다. 현재까지 발표된 수치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5개사의 올해 2분기 잠정 순이익은 6257억원이다.

   
▲ 사진=연합뉴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한 수준이지만 당장 올해 1분기와 비교할 경우 20% 가까이 부진한 성과다. 2분기 내내 국내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거래대금 감소, 상품운용 수익 부진 등이 겹쳤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중 코스피‧코스닥시장을 합산한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원을 살짝 넘긴 수준이다. 전월의 12조 4000억원에 비해 무려 3조원 이상 대폭 감소한 수준이다. 코스피가 장중 2600선을 돌파했던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거래대금이 15조 8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반 토막이 난 모습이다. 

대형사에 비해 시장 환경에 더 영향을 받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불확실성은 더 심하다. 일부 증권사는 최근 발생한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관련 사태로 손실 반영 리스크까지 더했다. 

대형사들의 경우 단기금융업 인가가 계속 늦어지는 등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이 생각보다 지연되고 있는데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여전히 발행어음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두 곳 뿐이다. 

한편 중소형사들은 중소형사 나름의 고충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발생한 CERCG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문제다. 현재 현대차투자증권이 관련 ABCP를 500억원, BNK투자증권 200억원, KB증권 200억원, 유안타증권 150억원, 신영증권이 100억원을 들고 있다.

대형사인 KB증권은 ABCP 보유분 전액인 200억원을 2분기 손실 처리하기로 결정했지만, 다른 중소형사들의 경우 훨씬 큰 타격을 받도록 돼 있기 때문에 대규모 어닝 쇼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에 비해 수익구조가 단순한 중소형사들이 이번 사태에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증권업종 자체에 대한 위기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최근 미-중간 이른바 ‘무역전쟁’이 연일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작 본토인 미국보다 한국 주식시장의 급락세가 더욱 뚜렷한 형편이다. 

여기에 개인거래 감소에 따른 거래대금 급감,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확대 등 3분기 실적을 낙관할 수 없는 요인들이 즐비하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초대형IB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회사들의 경우 하반기 전망이 특히 더욱 어두운 편”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