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오랫동안 공석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후보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에 걸맞은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지나치게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CEO 시절에 대한 평가 역시 엇갈린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후보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최근 주 전 사장은 국민연금 CIO 재공모에 지원했고, 임원추천위원회가 선정한 13명의 면접 대상자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추위는 3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 대상자를 추려냈다. 

   
▲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사진=연합뉴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주 전 사장이 ‘서류심사’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는 점이다. 이는 주 전 사장의 경력이 현재 임추위가 지향하는 방향과 일맥상통한다는 징조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주 전 사장은 서류심사 초반에는 20등으로 평가됐지만 최종적으로는 5등 안쪽으로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이와 같은 순위 급등은 이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임추위가 주진형 전 사장의 개혁 성향을 높이 평가한 것 아니겠느냐는 짐작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독립성과 전문성 이슈가 동시에 강조되고 있는 현재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주 전 사장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는 시선이 없지 않다.

실제로 주 전 사장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기금운용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직접 펼치기도 했다. 그는 “지금처럼 보건복지부가 권한을 놓지 않으면서 책임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는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터넷으로도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도 주목받는 주 전 사장은 개인 SNS에서도 뚜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최근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를 통해 대한항공 같은 개별 회사에 개입할 것을 지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주 전 사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화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하며 각종 개혁정책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증권사들이 잘 내지 않는 ‘매도·중립’ 리포트 비중을 전체의 40%로 확대한 점, 매매실적에 근거한 개인 성과급제도 등을 폐지한 점 등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고강도의 정리해고를 펼쳐 송사에 휘말린 일도 있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 공약단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역임했으며 같은 해 ‘최순실 국정농단’ 1차 청문회 당시 참고인으로 출석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조직폭력배처럼 행동한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감원장직이 공석이 될 때마다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서류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최종적으로 국민연금 CIO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가 선임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나치게 급진적인 개혁이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적폐 청산이 화두인 요즘 같은 시대에 파격적인 인사가 갖는 장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연금 CIO직이) 무려 635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무거운 자리인 만큼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하게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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