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있는 퇴진 수반돼야…외부세력·정치권력 관여해서는 안돼"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용퇴 의사를 밝혔다며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종정 진제 스님이 강조했다.

진제 스님은 8일 오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이 대독한 교시를 통해 "설정 스님은 항간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 유무를 떠나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위해 용퇴를 거듭 표명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진제 스님은 지난 6일 조계종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 위원장 밀운 스님의 기자회견 자리에 설정 스님이 동석해 종단의 혼란을 신속히 수습하기 위해 사퇴하기로 약속했으나 입원으로 동참하지 못한 것이 애석하다며 쾌차를 기원했다. 

설정 스님의 퇴진과 관련해 진제 스님은 "종단제도권에서 엄중하고도 질서있는 명예로운 퇴진이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제 스님은 "우리 승가는 율장 정신을 받들어 종헌을 준수하고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사부대중과 국민 여망에 부응해 여법하게 선거법에 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의 퇴진과 차기 집행부 선출, 종단 개혁 등을 둘러싼 조계종 안팎의 혼란에 대해 종헌종법에 따른 자주적, 안정적인 해결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 등은 직선제 도입 등을 주장하며 오는 23일 전국승려대회를 열 계획이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와 불교개혁행동 등은 설정 스님의 즉각 퇴진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중앙종회 해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진제 스님은 "불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주·자율로 법성을 자각확립해야 한다"며 외부세력 개입을 반대했다.

진제 스님은 "정교분리의 원리와 원칙에 의해 종교가 정권에 예속되거나 종속돼서도 아니 되며 외부세력과 정치권력이 종교에 절대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10.27 법난과 같은 일이 불교사에 또다시 반복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0.27 법난은 1980년 10월 27일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조계종 총무원과 전국 사찰에 군인과 경찰이 들이닥쳐 153명 불교계 인사를 연행해 고문과 가혹행위를 가한 사건이다.

진제 스님은 최근 조계종의 혼란에 대해 "우리 승가는 국민에게 심대한 심려를 끼친 점을 매우 가슴 아파한다"며 "살을 저미고 뼈를 깎는 자정으로 구각을 벗고 국민의 뜻에 함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부대중은 시시비비의 속박에서 벗어나 상호 자성과 용서로써 수행 본분으로 돌아가 대화합의 장에서 다 함께 중지를 모아 불교 중흥의 대장정에 동참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종정은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고 법통을 승계하는 자리로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진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지도자이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