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건설사 후분양 참여 유도 위해 공정률 60% 하향
-공공택지 주력하는 중견건설사 밥 그릇 빼앗길 상황
[미디어펜=홍샛별 기자]후분양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당근책에 중견건설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통해 다음 달부터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민간 건설사에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후분양제란 주택 건설 공정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된 다음 마무리 단계에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현재는 건설 사업자들이 아파트를 짓기 전 견본주택 등만을 보고 2~3년 후 완공될 주택을 선택하는 선분양제가 보편화돼 있다.

국토부는 공공택지 우선 공급 자격을 부여하는 후분양제 공정률을 60%로 책정했다. 통상 후분양제 단지에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공정률은 80%다.

물론, 더 많은 민간 건설사들의 후분양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정률을 80%에서 60%로 20%포인트나 낮췄지만 여전히 건설사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자금력이 탄탄한 대형건설사보다는 중견 건설사들이 더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계약자들의 중도금 등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후분양제에서는 건설 사업자들이 공사비의 상당부분을 직접 마련해야 하는 탓이다. 건설사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금력, 브랜드 인지도 등을 갖춘 대형 건설사의 경우 중견건설사보다는 후분양제 시행에 대한 부담이 그나마 덜한 편”이라면서도 “정부가 ‘공공택지 우선 공급’이라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는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민간건설사에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할 방침이다. 사진은 경기도 한 택지개발지구 전경/사진=미디어펜

‘공공택지 우선 공급’이라는 정부의 후분양제 당근책도 중견건설사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금 압박으로 후분양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면, 주력 사업이었던 공공택지 주택 공급 분야에서도 대형 건설사에 밀려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견건설사들은 그동안 공공택지에서 차별화된 특화 설계, 합리적 분양가로 내실을 다져 왔다. 다수의 계열사로 입찰에 나서 낙찰률을 높이는 등 공공택지를 집중 공략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공공택지지구 추가 지정 중단까지 발표하면서 중견 건설사가 주택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며 “재개발·재건축 수주전 등 사업 다각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으로 내놓은 공공택지 우선 공급 등은 중견 건설사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다분하다”라고 말했다. 

중견건설사들을 위한 보안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후분양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60% 공정에서는 품질의 좋고 나쁨은 일반인들이 판단하기 어렵다”며 “결국 브랜드를 보고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대부분 대형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이어 “시장 환경이 중견·중소 건설사에 불리하게 변화하면 건설사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또 “초기 공사금 조달만 원활히 된다면 중견 건설사도 후분양제가 시행되더라도 대형 건설사와 경쟁해 볼 만 하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금리 지원 등 금융 혜택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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