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시설 목록 신고·시설폐쇄 검증부터' vs 북 '종전선언부터' 팽팽…상황 바뀔 계기 언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북미 협상이 대외적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대북 강경파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자료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교착 상태의 북미 관계가 쉽사리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밑에서는 긴밀한 실무급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양측이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소강 국면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측과 전화나 메일을 통해 수시로 대화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예정된 회담은 없지만 거의 매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9일 오후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서 미국의 '선(先)핵포기 조치'를 일축하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냈지만, 10일 노동당 기관지이자 대내매체인 노동신문에는 이러한 언급을 담지 않아 대화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앞서 북측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를 비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비롯해 리용호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미국을 비난한 연설 역시 대내매체에 게재하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북미 사이에서 의사소통하는 단계"라며 "우리가 주시하고 있고 특별히 한국이 새로운 안을 제시하거나 그러진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당분간은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두고 그 선후를 계속 다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이란에게 한 것처럼 최대의 압박을 계속해서 가할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수사가 아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행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일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종전선언은 일방적인 선언이 되어선 안 되고 빨리 가서도 안 된다"며 "한번 선언하면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 초기 단계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이에 대해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교착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은 나름대로 도발 카드를 준비할 가능성이 있고, 위기상황으로 몰아간 뒤 그에 대한 미국 반응을 저울질하려 할 것"이라며 "미국에게는 북한 핵무기를 어떠한 유인책으로 폐기시킬 것이냐 보다는 북한을 언제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냐는 타이밍 선택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휘락 원장은 "미국은 지금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고 이란 무역제재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북한과 대결국면으로 가는 것 보다는 더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타이밍을 재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박 원장은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협조한다면 3~6개월만에 가능하지만 협조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강제로 비핵화를 시킬 수 없다"며 "역사적으로 핵 보유국이 비자발적으로 폐기한 경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미국은 비핵화의 전면적인 시작과 폐쇄 검증, 제재와 압박 유지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8일 "트럼프 미 정부가 '6~8개월 내 핵탄두 60~70% 반출'을 골자로 하는 비핵화 시간표를 여러번 요구했으나 북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왔다.

남북 고위급 회담은 오는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릴 예정이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미관계 개선 및 비핵화 협상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변곡점이 될 계기가 언제 마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