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남북이 3차 정상회담을 협의하기 위해 고위급회담을 갖는다. 북한이 먼저 제안해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에서는 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올 가을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4월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나온 공동보도문인 판문점선언에 포함된 내용이지만 이번 고위급회담 개최가 합의되기까지 남북간 물밑접촉이 있었고, 따라서 정상회담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가을에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보다 앞서 8월 말이나 9월 초에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이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정권수립일(9월9일), 뉴욕 유엔총회(9월18일) 등 9월 관련국들의 행사 일정을 감안할 때 이보다 앞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게 좋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시기에 대해서는 13일 고위급회담을 해봐야 알 수 있다며 정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그동안 남북간 물밑접촉은 이어져왔고 이번 고위급회담도 물밑접촉을 통해 사전에 협의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간 여러 채널을 통해 의사소통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해왔던 얘기”라며 “그 (의사소통) 통로를 통해서 이번 고위급회담에 대해서도 당연히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고위급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북한이 제의하는 형식을 갖췄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가 물밑접촉을 통해 조기 정상회담을 추진해온 것으로 풀이된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26일 오후 2차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만났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또다시 북미 교착 상태를 풀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특히 판문점선언에도 명시돼 있는 연내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을 변화시킬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종전선언과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동시에 하거나 적어도 시점을 정해서라도 비핵화를 진전시켜야 한다. 

현재 북한과 미국은 종전선언과 비핵화 선후 문제를 놓고 양보없는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위해선 북한의 핵시설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고, 북한은 종전선언이 ‘선차적 공정’이라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청와대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새로운 방안 제시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이번 고위급회담을 통해 정부가 그동안 취해왔던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 방안 외에 교착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특별히 저희가 새로운 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로드맵 협상은 북미의 몫이라는 의미겠지만 남북 정상끼리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종전선언을 위해 북한이 미국에 제시할 카드를 논의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성공하려면 미국을 향해서는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언급된 ‘체제보장의 MOU'에 불과하다는 점을 설득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이 요구했다는 ‘6~8개월 내 핵탄두 60~70% 반출’을 골자로 한 비핵화 시간표를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금 북한이 생각하는 건 단계적으로 신고와 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른바 ‘미래 핵’이라고 하는 부분은 일방적 조치로 하고 북한이 현재 가동 중인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시설들은 신고와 검정을 먼저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완전히 만족은 못하겠지만 북한 입장에서 보면 과거보다 좀 진전된 내용을 내놓고 우리가 미국을 설득해 달라고 할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취할 태도를 예상했다. 

특히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간 다른 시각이 존재하는 것을 양측에게 이해시켜야 하는 것도 문 대통령의 역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경기대학교 부총장)는 “북한은 종전선언을 모든 과정의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은 마지막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종전선언을 체제보장의 시작으로 여기지만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을 향해 이런 다른 논리적 사고체계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미국과 북한 모두 핵개발과 전쟁을 안 하기로 약속했으니 북한으로서는 종전선언이 안되면 비핵화를 할 의미가 없다는 점을 미국을 상대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종전선언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부 요인 청와대 초청오찬 자리에서 취재기자와 만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과 의견조율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미간에 의견조율을 하고 있다”면서 ‘종전선언은 남북정상회담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은가’라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그렇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수석은 ‘미국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을 벗어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전략적으로 조율하기 원하는 기류는 없는가’ 라는 질문에 “그렇기(교착 상태이기) 때문에 더 해야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뒤, “남북정상회담은 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