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미스터 션샤인'이 어느새 '도깨비'처럼 됐다. 드라마의 내용 등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한두 명도 아닌 다수 주인공이 갈수록 다 멋지다. 드라마 열혈 시청자라면 '누구앓이'를 해야 할 지 고민일 정도다.

tvN 토일 드라마 '미스텨 션샤인' 11회가 11일 방송됐다. 흔히 말하는 '스피디한 전개'는 아닌데, 속된 말로 '시간이 순삭'됐다. 웃기고 울리고 감탄사가 나오게 만들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전개됐다. 

이병헌(유진 초이)은 김태리(고애신)와의 인연을 끊기 위해 조선을 떠나려 한다. 그 마음이 진심이겠는가마는 유진 초이는 고애신에게 "그댄 계속 나아가시오. 난 한 걸음 물러나니. 그대가 침묵을, 무시를 선택해도 됐을텐데. 이리 울고 있으니 물러나는 거요"라며 사실상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엔 분명 차이는 존재하오. 힘의 차이, 견해 차이, 신분의 차이. 그건 그대 잘못이 아니오. 물론 나의 잘못도 아니오. 그런 세상에서 우리가 만난 것 뿐이오"라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소연했다.

   
▲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캐릭터 포스터


김태리는 눈물의 나날을 보냈다. 유진 초이가 노비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흔들렸던 자신을 원망하며, 마음은 이미 넘어갔는데 더 다가서지 못하는 현실을 탓하며, 유진 초이가 떠나기로 한 것을 알게 되며 베갯잇을 눈물로 적셨다. 유진 초이가 전해준 오르골 하나를 보고 왈칵 눈물을 쏟는 김태리에게 감정이입이 안될 도리가 없었다.

변요한(김희성)은 또 어떤가. 돈많은 세도가의 찌질한 한량처럼 보였던 김희성이지만 고애신을 향한 직진이 마침내 공감대를 얻었다. 행여 고애신의 하는 일에 도움이 될까하여 고애신이 의병활동을 할 때 입는 것과 똑 같은 양복을 맞춰 입는 것도 모자라 아예 길거리 대다수의 남자가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도록 수(?)를 썼다. 전차를 통째 전세 내 고애신과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나를 그냥 정혼자로 두시오. 그대가 내 양복을 입고 애국을 하든 매국을 하든 난 그대의 그림자가 될 것이오. 허니 위험하면 달려와 숨으시오. 그게 내가 조선에 온 이유가 된다면 영광이오"라는 애절한 자기 방식의 사랑 고백을 했다.

유연석(구동매)의 '김태리 바라기'는 어긋남으로 인해 농도는 더 짙어지고 있다. 구동매는 유진 초이도 김희성도 못잡아 먹어 안달이지만 그게 다 고애신 때문이다. 고애신에게 위험의 분위기가 다가오자 은밀히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를 눈치 채고 타박하는 쿠도 히나(김민정)에게 차가운 눈빛을 쏘아붙였다. 애기씨와 얽혀 약점을 드러내지 말라는 쿠도 히나의 충고에 구동매는 "이미 그리 됐으니"라며 어쩔 수 없는 마음의 이끌림을 털어놓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민정까지 완벽하게 포텐을 터뜨렸다. 그동안은 빛나는 외모와 화려한 의상으로 슬쩍슬쩍 맛보기 매력을 방출해오던 쿠도 히나지만 고애신과의 우연한 액션 대결로 매력을 폭발시켰다(김태리와 김민정의 현란한 액션신과 서로 정체를 확인한 엔딩신은 상상초월 비주얼이었다). 구동매를 향한 연정에 유진 초이를 동경하는 듯한 시선은 아련한 감성을 자극하고, 일본인 남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은 진실이 뭐가 됐든 그녀를 응원하게 만든다. 

이처럼 5명 주연 김태리 이병헌 변요한 유연석 김민정이 다 멋짐으로 무장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이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전작 '도깨비'에서도 그랬다. 쓸쓸하고 찬란했던 도깨비 공유도, 공유 때문에 오열했던 도깨비 신부 김고은도, 저승사자면서 지고지순한 사랑꾼이기도 했던 이동욱도, 이동욱의 마음을 빼앗았던 유인나도 모두 멋졌다.

'미스터 션샤인'에 중독돼가는 시청자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멋진데 누구앓이를 해야 할까. 결정장애가 있는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팁. 함안댁(이정은)이나 역관 임관수(조우진)의 코믹 연기를 즐기거나, 이완익(김의성)의 악역에 분노하면서 결정을 잠시 미루는 것은 어떨까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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