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입법안엔 ICT 기업 족쇄 조항 수두룩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땐 금융권도 진출
은산분리 규제 완화법 ICT 기업 위한 길 맞나?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고민은 여전히 깊어지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입법안의 세부 규정을 놓고 정치권의 찬반 논쟁이 여전히 팽팽하고, 규제 완화 때 시중은행까지 사업 참여를 검토한다고 밝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규제 완화를 촉구했던 것이 무색하게 설립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자본이 최대주주인 때에만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25%까지 허용하는 특례법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특례법 2건이 금융자본의 최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지분 보유 한도가 34%인 것을 고려하면 그보다 불리한 입법안을 추가 제출한 것이다.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법안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상장할 때에는 산업자본의 주식보유를 지방은행 수준인 15%로 제한하는 안건도 담겨 ICT 기업의 사업 확장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현재 국회는 오는 8월 중 임시국회를 통해 특례법을 통과시킬 예정인데 정재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례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 법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ICT 기업에 일부 불리한 조항이 있어 자본 확충 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2대 주주인 KT와 카카오의 고민이 깊다.

‘재벌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 비금융 주력사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정해놔 카카오뱅크의 고민이 가장 크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향후 기업 상장과 자본확충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 두 법안 중 어느 쪽이 통과되건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국회에서 세부 입법안을 놓고 여러 논의가 있어 기다리고 있는 상태지만, 상장과 자본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며 "사업 확장 뿐만 아니라 은행업의 특성상 건전성(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자본 확충은 꼭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지난달 26일 출범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은산분리 완화는 카카오뱅크의 혁신 가속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기업공개(IPO)를 고려 중이며 IPO에 앞서 비즈니스 기반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초까지 '자체 중신용 대출' 출시하기로 약속했는데 규제 완화 속도에 따라 올해 하반기 예정된 사업을 앞당기거나 추가 사업에 나설 뜻도 덧붙였다.

   
▲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7월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출범식을 진행한 모습/사진=카카오뱅크 제공

향후 은산분리 완화 때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할 예정이라 인터넷은행 간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을 비롯해 NH농협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일부 금융사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외에 추가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시 주주로 나설 뜻을 밝혔다.

ICT기업의 IT 기술로 새로운 은행, 혁신 금융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취지와 달리 기존 금융권이 인터넷은행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지적에 시중은행들은 이 문제를 놓고 신중하게 진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표정관리에 나선 것이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역량 강화 차 시중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사업 참여를 검토하거나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지 않았다"며 "진출 가능성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계획을 밝히기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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