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최초 연구사업…과제 선정부터 평가∙관리까지 학계 '새바람'
연구 성과가 국내 산업생태계 혁신으로 이어지는 오픈 이노베이션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미래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2013년부터 추진한 ‘미래기술육성사업’이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지난 5년 동안 한국 과학기술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미래기술육성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평가는 엄중하게 하되, 선정된 연구 과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자유’를 보장해준다는 점이다. 

국양 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전자 기자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지난 5년간 연구풍토를 바꾸고 새로운 연구지원 모델을 정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 (왼쪽부터)장재수 삼성 미래기술육성센터장과 국양 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이 13일 '미래기술육성사업'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국 이사장은 “기초과학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가 나올 수 있게 방향을 제한했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 연구자의 ‘트랙 레코드’를 보고 뽑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 중심으로 연구 과제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쉽게 구현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닌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를 선정해, 선정된 연구자가 세계적인 학자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은 그동안 기초과학 분야 149건, 소재기술 분야 132건, ICT 분야 147건 등 총 428건의 연구과제에 모두 5389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서울대, KAIST, 포스텍 등 국내 대학과 KIST, 고등과학원 등 공공연구소 46개 기관에서 교수급 1000여명을 포함해 총 7300여명의 연구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3년 8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기초과학)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소재, ICT)를 설립해 민간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의 연구지원사업을 진행해 왔다. 2022년까지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미래 과학기술 연구에 지원할 예정이다.

혁신적인 연구 성과 추구…"연구자 성공이 사업 성공"

장재수 삼성 미래기술육성센터장은 삼성 미래육성사업의 성공 여부는 연구자들의 ‘성공’에 달렸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연구 책임자들이 성공하는 게 미래사업의 성공”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 성과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은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거 내면 안 된다’ 부터 ‘삼성에 기술만 뺏긴다’는 말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미래기술육성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통해 지난 5년 동안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교수들에 의해 많은 정부들이 공유되고 있어서, 지금 학계에서는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를 수주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성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은 5년간의 지원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2014년 선정)의 항암 표적치료 연구는 성공할 경우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약사가 표적치료제 개발에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것은 물론 암 환자의 경제적 부담과 치료 부작용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텍 화학과 박문정 교수(2014년 선정)는 유년 시절 장애어린이를 보고 팔과 다리가 되어 줄 로봇 연구에 관심을 가졌다. 현재까지 학계에서 시도된 바 없는 선형 운동을 하는 전기장 구동 고분자 액추에이터(원동기)를 연구하고 있다.

백정민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2014년 선정)는 번개의 원리를 이용한 마찰 발전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가 실현되면 배터리 없이 웨어러블 기기를 구동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가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 매진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시행 5년 동안 지켜온 원칙을 통해 국내 연구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과제를 선정할 때 심사의 전문성,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심사위원장)은 “기존에는 대학에서 출원한 특허는 기술을 공개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삼성전자의 특허 인프라를 이용해서 교수들의 특허 품질을 높이는 일은 연구성과를 극대화하는데 아주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국가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지원함으로써 국가 미래미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할 계획이다. 

우선 기초 과학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를 통해서는 AI, IoT, 차세대 통신, 반도체,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미래기술 지원을 확대해 과학계를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또 육성된 기술 인력과 연구 성과가 삼성 외에도 다양한 기업∙대학∙연구소∙스타트업 등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미래기술육성센터 장재수 전무는 “연구비 지원뿐만 아니라 삼성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한 차별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 성과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