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MBC 스페셜'이 사람이 미처 알지 못했던 길고양이들의 도시 생존기를 고양이의 시선으로 담은 '도시x자연다큐멘터리 고냥이'를 방송한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사회 속에서 반려동물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많아졌지만 여전히 길 위의 동물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그 중에서도 도시 길고양이의 삶은 '도둑고양이'로 낙인찍힌 채 숨어 지내야 하고, 때론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고양이에게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사람들을 무심히 관찰하는 존재가 있다.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몇 그루 나무 사이, 주택가 골목의 쓰레기통 옆 등에서 나름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가는 도시의 또 다른 시민은 길고양이, 바로 고냥이다.


   
▲ 사진='MBC 스페셜' 예고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고냥이들은 나름 치열한 나날을 보낸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영역 쟁탈전이다. 카메라가 따라간, 어미 품을 떠나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세 마리의 길고양이들은 안전하고 먹을 것이 풍부한 지금의 터전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얼마 전, 영역을 어슬렁거리던 불청객이 마음에 걸려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 경계하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나타난 불청객은 탐욕을 숨기지도 않고 하악질을 하며 시비를 걸어온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영역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서서히 밝혀지는 불청객의 충격적인 정체로부터 과연 세 고양이는 자신들의 영역을 지킬 수 있을까.

장미꽃이 하나 둘씩 필 무렵, 새끼를 밴 어미 고양이들은 출산 준비를 한다. 에어컨 실외기, 하수구, 나무 계단의 벌어진 틈 사이. 도시에서 안전한 출산 장소를 찾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거리를 전전하던 만삭의 어미 고양이는 눈 한번 질끈 감고 인간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쫓겨나거나 더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었지만, 오직 새끼들을 위해 두려움도 이겨냈다.

6시간의 진통 끝에 드디어 새 생명이 탄생했다. 눈도 뜨지 못하고 귀도 들리지 않는 여섯 마리 새끼들은 오롯이 어미 고양이의 책임이다.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행여 새끼들이 잘못될까 자리를 뜨지 못하고 태반을 먹으며 곁을 지키는 어미 고양이의 눈물겨운 모성, 그리고 어미를 거울삼아 점차 고양이가 되어가는 새끼들의 성장이 그려진다.

매 순간이 모험이고 도전인 도시의 삶 때문인지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약 3년이다. 쏟아지는 비를 피할 곳이 없어 저체온으로 고생하기도 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작은 상처가 곪아 죽음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자신의 영역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차를 피하지 못하고 처참한 죽음을 맞기도 한다. 그래서 캣 대디 김하연 씨는 오늘 주는 밥이 그 고양이가 먹는 마지막 밥일 수도 있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을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도시에서 언제나 함께였지만, 태어나고 죽는 그 순간까지 어쩌면 아무도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는 찰나의 삶. 귀여운 모습 뒤에 감춰져 있던 치열한 생존의 서사가 오늘(13일) 밤 11시 10분 'MBC 스페셜'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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