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영업손실 6871억원…3분기 연속 적자 행진
해외 원전 수주 난항·전기료 관련 부담 등 악재 연속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의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안팎으로 악재가 잇따르고 있어 향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각각 1294억원, 276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지난 4월 김종갑 사장이 취임하면서 비상경영을 선포했으나 오히려 올 2분기에 적자 폭이 6871억원으로 늘어났다.

한전은 실적 악화 원인으로 연료비(2조원)와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2조1000억원) 증가 등을 꼽았다.

우선 미국의 이란 제재 등으로 국제유가가 지난해 동기 대비 33% 오른 가운데 유연탄 가격도 28% 높아지면서 연료비 부담이 늘어났으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봄철 4개월간 노후석탄발전소 5기를 일시정지한 것을 언급했다. 

한전은 원전 부실시공에 따른 보정 조치 등으로 원전 정비일수가 늘어났으며, 신규 발전소 준공과 송전선로 신·증설을 비롯한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전력설비에 투자한 것이 영업비용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름철 전기 판매 증가를 토대로 최근 5년간 3분기 실적이 2분기 대비 높았으며, 계획예방정비 종료에 따른 원전 가동률 상승·고강도 경영효율화·신규 해외사업 추진 등을 통해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 김종갑 한전 사장/사진=한국전력공사


그러나 업계는 △탈원전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해외 원전 수주 난항 △전기료 관련 부담 등의 이유로 한전의 수익성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한국수력원자력 노조는 "한전의 주가 하락은 값싼 원자력을 버리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늘린 탓"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근거로 국제 유가 상승 및 수요 증가가 LNG 가격에 영향을 끼치면서 한전의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디. 


또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계획대로 늘어나지 않을 경우 LNG 발전으로 이를 우선 대체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가운데 LNG 발전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연료비 절감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원전 생태계 유지를 위해 해외 원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자에서 제외되는 등 수주 전선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는 것도 지적됐다.

사우디 원전 역시 미국과 러시아가 우라늄 농축 허용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 제공 등 사우디의 핵무장을 돕는 옵션을 제시하고, '원전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공격적 행보를 보일 것을 예상되면서 한전의 수주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예년 대비 4배 가량 소요된 정비 기간, 환경 및 탈핵단체들의 시위 등의 문제와 최근 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의 북한산 석탄 사용 관련 의혹이 해외 원전 수주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 월성 1호기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같은 상황 가운데 정부가 전기료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한전이 3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부담하게 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 내부적 절차를 통해야 대책의 효력이 발생하며 재난에 따른 예산 사용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를 적용시킬 방침이지만,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거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거나 통과된다고 해도 일부만 예산이 투입될 경우 한전이 부담을 피할 길은 요원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종갑 사장이 '두부가 콩보다 싸다'고 말한 것으로 볼 때 한전의 수익성 개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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